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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장

성경진의 병실에서 백은서와 했던 약속이 떠오른 유소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에 성경진이 수술을 거부했던 건 살아남지 못할까 봐 그랬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여민석 쪽에서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있었다. “혹시 잊으셨어요?” 백은서의 부드럽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유소정 씨, 성경진을 살리고 싶지 않으세요? 성경진은 당신만 기다릴 텐데요!” “뭐가 그렇게 급해? 당신이 날 믿지 않는데 우리 사이에 더 이상 할 말이 남았어?” 유소정은 코웃음 치며 전화를 끊으려 했다. “저야 급할 거 없죠, 그 천한 목숨이 제 것도 아니니까. 다만 볼거리 하나 줄어서 민석이가 아쉬워할까 봐 그래요.” 백은서는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의 일인 듯 말했다. 유소정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엄숙한 얼굴로 경고했다. “백은서, 앞으로도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해. 왜냐하면…” 백은서는 숨을 죽이고 듣고만 있었다. 말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유소정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나한테 녹음 펜도 있고 CCTV도 있거든.” 유소정은 교활한 웃음과 함께 나지막하게 한마디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백은서가 믿든 말든, 그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휴대폰 벨 소리를 무음으로 한 후 유소정은 전연석에게 침을 놓으러 전운 그룹으로 향했다. 그날 VIP룸에 들어갔을 때 전연석은 선을 보러 온 그녀를 보고 몹시 불쾌해했지만, 전연석이 편두통에 밤새 자지 못한다는 걸 콕 집어 말해준 덕에 침을 놓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유소정이 무사히 전운 그룹 대표 사무실에 도착하자 만년의 노인들처럼 경직되었던 전연석의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소정 씨 왔구나.” 전연석은 일어나서 유소정을 반기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어제 밤에도 어렵게 잠이 들긴 했는데 일단 잠이 들고 나니 거의 깨지 않고 잤어. 한의가 정말 신통한 것 같아.” 유소정은 그와 악수하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 “침이 좋은 건 맞지만, 대표님 말씀처럼 그 정도로 신통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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