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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장

눈앞의 서찬미가 자신에게 고개를 굽신거리는 것을 보면서도 신다정은 말을 하지 않았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바람에 허리가 시큰거렸지만 그렇다고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나도 그런 비정한 사람이 아니에요. 앞으로 송연지 씨의 입이 좀 더 깨끗해지길 바랄 뿐이에요. 괜히 다른 사람을 넘겨짚지 않아야 박씨 집안을 망신시키는 일도 없지 않겠어요?” 그러면서 신다정은 최정애를 힐끗 쳐다봤다. 오늘 밤 최정애는 큰 망신을 당한 셈이다. 내일이면 주변에 있는 세 명의 사모님이 오늘 밤 있었던 일을 퍼뜨릴 것이다. 박씨 집안의 손자며느리가 지씨 집안의 손자며느리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으니 앞으로 이 해성시에서 누가 왕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이다. 망신을 당한 최정애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박시언을 째려본 후 바로 말했다. “당장 너의 여자를 데리고 집에 가!” “예, 할머니.” 박시언은 서찬미의 곁으로 다가가더니 서찬미의 손을 잡았고 서찬미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 신다정은 박시언의 눈에 비친 안타까움을 보고 우스워했다. 사람들이 자리를 뜬 후 고빈이 신다정의 약혼에 대해 묻고 싶어한다는 것을 눈치챈 장 비서는 얼른 고빈을 향해 말했다. “며칠 고생 많았어요.” “네, 그래요.” 고빈은 대답을 하면서도 신다정을 쳐다봤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야 신다정이 물었다. “나 혼자 고빈을 데리러 가기로 한 거 아니야? 왜 몰래 따라와?” “혹시라도 안전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데 오늘 상황을 보니 잘 온 것 같아.” 지태준의 타고난 자신감에 신다정은 익숙해진 상태이다. 신다정은 박시언이 서찬미를 차에 태우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지켜보며 말했다. “박시언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박시언이 신다정을 처음 본 순간 한 말... “좀 이상해. 섬에서 돌아온 뒤 박시언 씨가 약을 잘못 먹어 기억 상실이 되었다고 들었어.” “기억 상실?” 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박시언에게 일어난다고? 신다정은 믿지 않았다. “진짜로 기억을 잃었든 거짓으로 기억을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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