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6장
신다정이 김영수의 요구를 조건반사적으로 거부했다.
김영수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파도 약을 안 먹겠다고 하니 병원에 가고 싶나 봐.”
“누가 아파요? 누가 아무 일 없이 피임약을 먹어요!”
신다정이 피임약이라는 세 글자를 꺼내자 김영수는 어리둥절했다.
“피임약이라니.”
마충재도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신다정을 쳐다봤다.
신다정은 약을 손에 쥐고 말했다.
“이건 피임약이에요. 김 대표님, 피임약이 뭔지 몰라요?”
김영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신다정이 들고 있는 약상자를 쳐다봤다. 하지만 피임에 관한 문구 따위는 약병에 적혀 있지 않았다.
“대체 어디 피임약이라고 썼는지 알려줄래?”
신다정은 화가 나서 피식 웃었다.
당당한 서한 그룹 대표이사가 피임약이 뭔지조차 모르다니!
신다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럼 아무 이유 없이 이 약을 먹으라는 거예요?”
“배가 아프다고 해서 여기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이걸 먹으면 효과가 있대. 그래서 사 오라고 한 건데 생각해줘도 좋은 줄 모르고.”
김영수는 분명 기분이 나쁜 듯 보였다.
옆에 있던 여종업원이 바삐 다가와 말했다.
“신다정 씨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제가 생리통일 때 먹는 것이 이 약이라...”
여종업원이 부끄러워하는 얼굴에 신다정은 갑자기 어제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배가 아프던 생각이 떠올랐다. 어젯밤 너무 놀란 탓인지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을 때 더 아팠다. 그래서 김영수에게 툭 한마디 했다.
그런데 김영수가 마음에 두고 있었다니!
신다정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오해를 좀 한 것 같네요. 배가 아프다고 한 건 배탈이 나서 그랬어요. 생리가 온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내가 신다정 씨의 뜻을 오해했어요. 당장 가서 배탈약을 사오겠습니다.”
여종업원은 김영수가 벌을 줄까 두려워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얼른 테이블 위에 놓인 약상자를 들고 밖으로 달려갔다.
눈앞의 위기가 이렇게 해소된 것을 본 신다정은 기가 막혔다.
김영수는 신다정의 손에 들려 있는 와인을 눈짓하며 말했다.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