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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장

신다정은 병상에 누워 의식을 잃은 박시언을 잠시 바라본 뒤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요. 나중에 나으면 다시 올게요.” 신다정이 미련 없이 병실을 나서는 순간 병상에 누워 있던 박시언이 눈을 떴다. 이 비서는 박시언이 눈을 든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멍해졌다. “박 대표님? 벌써...” “부축해줘.” 박시언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 비서는 얼른 다가가 박시언을 부축한 뒤 참지 못하고 한마디 물었다. “박 대표님,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요?” 박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이미 이상함을 감지했었다. 보안시스템은 진작 울렸고 박씨 저택에 침입한 사람은 지태준뿐이었고 지태준만이 그럴만한 능력을 갖췄다. 그리고 강도들이 쳐들어왔을 때, 그는 칼을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정면으로 그 칼에 맞았다. 그저 신다정이 긴장하며 슬퍼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박시언은 얼굴에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비서, 다정이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겠지?” “대표님...” 이 비서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말했다. “전에 대표님을 그렇게 좋아했으니 다친 걸 보면 분명 사모님도 신경이 쓰였을 거예요...” “신경 쓰였다고?” 박시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이 쓰였다면 가지 않았겠지.” 박시언의 얼굴은 창백했다. 사실 진작 잠에서 깼지만 다친 것은 사실이었기에 눈을 뜨지 않았다. 똑똑한 신다정은 이 비서와의 대화에서 뭔가를 눈치채고 자리를 떴을 것이다. “피곤해. 가서 퇴원 수속해.” “그런데 박 대표님...” “내 말대로 해.” “네...” 병원 복도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신다정은 갑자기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나 그녀의 팔을 잡았다. 눈살을 찌푸린 신다정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그 사람은 신다정을 병원 벽에 밀었다. “태준 씨...” 신다정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태준 씨이지?” 상대의 몸이 경직된 것을 보니 신다정이 알아맞힌 것이 분명했다. 어둠 속에서 지태준은 가면을 벗었다. 지태준의 얼굴을 본 신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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