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5장

서찬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사랑하는 여자가 신다정인데 왜 나에게 잘해줘요? 애초에 왜 그렇게 자상하게 대해줬는데요? 왜 나에게 희망을 줬는데요! 왜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냐 말이에요?” “너에게 잘해준 이유는 단지 나중에 한성 그룹에 유용하게 쓰기 위해서야. 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네가 선량하고 연약한 여자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악랄한 사람이야. 자기 배 속의 아이도 잔인하게 죽일 수 있으니까! 신다정은 한 번도 너를 건드린 적이 없지만 서찬미 너는 늘 신다정과 맞서려 했어. 네가 누군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해? 내가 가만히 있는 게 너를 위한 가장 큰 배려야!” 박시언의 눈에 사랑은커녕 오히려 증오가 잔뜩 서려 있었다. 서찬미는 이런 눈빛이 아주 익숙하다. 박시언이 예전에 이런 눈빛으로 신다정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지금은 박시언이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시언 씨, 과거에 내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든 간에 나는 시언 씨를 정말로 좋아해요...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하룻밤 같이 보낸 사이에요. 제발 살려줘요. 절대 윤비호 옆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가면 반드시 나를 죽일 거예요!” 서찬미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몇 년 동안, 그녀는 박시언의 곁에서 온순한 척하며 말을 잘 들었고 그때 박시언은 그녀를 여왕 모시듯 떠받들며 잘해줬다. 그녀는 자신이 온 세상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박시언은 그녀에게만 향했던 특별한 감정을 모두 거두어들였다. “그날 밤의 일은 네가 더 잘 알겠지.” 박시언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날 밤 서찬미에게 측은한 마음을 품지 말았어야 했다. 단 한 순간의 흔들린 감정 때문에 서찬미라는 늪에 빠졌고 그렇게 점점 신다정과 멀어지게 되었다. 신다정은 그를 용서하지 않았고 더 이상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언 씨, 그때 나를 제일 아꼈잖아요. 공부가 힘들다고 할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나를 데리고 기분 전환하러 나갔고 내가 배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