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5장
박시언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던 신다정은 이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빨리 이혼했으면 좋겠어.”
순간 박시언은 가슴이 조여왔고 마치 천만 개의 바늘이 그의 심장을 찌르는 듯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신다정은 뒤돌아서 걸으며 차갑게 한마디 했다.
“박시언,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박시언,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심플한 한마디가 그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박시언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을 움켜쥐었다. 박씨 집안의 권력자가 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어려서부터 너무 많은 것을 잃으면서 산 탓에 마음이 아픈 감정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신다정의 말에 박시언은 누군가가 명치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앞으로 걸어가던 신다정의 표정이 점차 차분해졌다.
이 말을 할 때 박시언을 처음 만났던 그해 박시언과 손을 잡고 걸어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전생에 박시언을 정말 사랑했지만 그것은 전생에 불과했다.
하늘이 다시 태어날 기회를 줬기에 두 번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전생의 원망 때문에 박시언에 대한 사랑은 사라진 지 오래다.
봄기운 때문에 박시언을 좋아하던 그 소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박 대표님... 왜 그러세요?”
이 비서가 다가왔을 때 박시언은 복도에 선 채 고개를 숙이고 복도의 다른 한 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비서도 박시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지만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박 대표님?”
“잃어버린 것은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일까?”
신다정의 목덜미에 있던 키스 마크를 본 박시언은 머릿속에 수많은 화면이 스쳐 지나갔다.
지태준이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두 사람이 침대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
이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명치가 아팠다.
“박 대표님...”
“차 대기시켜.”
박시언이 담담하게 말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박씨 집안의 권력자에게 어떻게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남들 앞에서 그는 항상 가장 완벽하고 냉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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