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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장

박시언의 말들은 진심으로 보였다. 신다정은 침묵하고 있었다. 어쩌면 사람은 변할 수도 있는 법이다. 이번 생은 박시언이 서찬미의 민낯을 알고 서찬미에 대한 마음을 접은 걸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회사들에 대해 기억 나는 거 있어?” 신다정은 휴대폰에 있던 몇 가지 서류들을 박시언에게 보여주었다. 전생에 박시언이 손을 썼었던 신정 그룹 계열 아래 몇몇 회사들이었다. 이 물음으로 이번 생에서의 박시언의 확답을 듣기 어려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신다정은 한번 시도하고 싶었다. “아니.” 박시언은 시선을 거두었다. 역시나 이번 생에서의 그녀가 나타남으로 인해 이 회사들에 박시언은 주의를 두지 않았었나 보다. 신다정은 숨을 죽였다. 그 꿈들을 겪고 난 이후로 신다정은 이 회사들을 조사해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주 오래전부터 신재섭이 공금을 횡령하는 바람에 장부상 심각한 문제가 생겼었다. 허나 전생에 박시언이 이 회사들을 몰살시킨 걸 알고 난 그녀는 박시언의 복수라 여겼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만일 전생에 박시언이 신정 그룹을 몰살시키려던게 복수가 아니라면 신재섭이 도박에 눈이 멀어 횡령했었다는 사실을 감추려던 걸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신다정?” 박시언의 목소리로 신다정의 생각 흐름을 깨트렸다. 신다정은 정신을 가다듬었고 박시언을 바라보는 눈빛에 이상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 있어?” 박시언이 물었다. “별일 아니야.” 신다정은 책상 위에 놓인 휴대폰을 가지고 떠나려 했다. 박시언은 신다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우물쭈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신다정.” 신다정은 발길을 멈추었다. “뭐 더 할 말 있어?”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와도 돼.” “그럴 날은 없을 거야.” 그 말에 박시언은 입술을 오므렸다. 회의실을 나온 신다정은 가슴 한켠이 돌덩이에 눌린 것만 같았다. 자기 두 손으로 모안 그룹을 일으켜 세우며 박시언에게 복수하고 떠나 스스로와 신씨 가문에 확실한 퇴로와 미래를 보장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오늘날 그 꿈 하나로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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