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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장

신다정의 마음은 이미 식었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박시언은 이렇지 않았다. 적어도 박시언이 이런 수단으로 좋아하는 여자를 얻으려 하지는 않았다. 박시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정아, 강요하고 싶지 않아. 이혼만 고집하지 않으면 신씨 집안을 상대로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을게.” “이거 놔!” 신다정은 힘을 주려 했지만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남자의 힘 앞에서 도저히 박시언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었다. 신다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박시언, 이렇게 하면 내가 당신을 사랑할 것 같아? 이럴수록 더욱 미워하게 될 뿐이라고!” “내 옆에 있으면 돼.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어.” 박시언의 애정 가득한 눈빛은 전생에 겪었던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지게 했다. 그러나 신다정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전생에 박시언이 했던 모든 일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신을 한 번 죽였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 앞에서 예전의 사랑하는 마음은 진작 사라진 지 오래다. “당신 곁에 있고 싶지 않아.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신정 그룹을 상대한다고 해도 당신 곁에 있을 수 없어.” 신다정의 손목을 잡고 있는 박시언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박시언은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신다정, 나를 강요하게 하지 마.” “당당한 박 대표도 이런 식으로 여자를 윽박지를 때가 있네? 박시언, 당신 지금 뭐 같은지 알아? 마치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 같아. 왜 이렇게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드는데? 납치까지 하고 말이야. 지금 당신을 보면 혐오감이 생기고 구역질이 날 뿐이야.” 신다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박시언의 가슴을 찔렀다. 신다정은 알고 있었다. 이 말은 전생에 박시언이 한 말이다. 전생에 박시언과 잠자리를 가진 다음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박시언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증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당한 신씨 집안 아가씨가 이렇게 더러운 수단을 쓸 때도 있네? 왜 이렇게 비겁해? 나에게 약물까지 타고 말이야! 언제부터 어엿한 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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