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9장
신다정의 말투는 무정했다. 눈빛에는 미련이 하나도 없었다.
박시언은 자리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신다정이 피식 웃었다.
“박 대표. 왜 아직도 안 가? 모욕당할 게 남았어?”
보다 못한 이 비서가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 대표님... 이만 가시죠.”
신다정은 고개를 돌렸다. 박시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박시언은 뒤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신다정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차 안에서 이 비서는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박시언을 바라봤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박 대표님, 사모님이 잠시 화가 나서 그러는 거예요.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겁니다.”
“왜 나를 받아주지 않는지 모르겠어.”
박시언의 목소리는 많이 잠겨 있었다.
이 비서가 말했다.
“서찬미 씨의 일 때문에 마음이 아직 다 안 풀린 것 같아요. 어떤 여자가 자기 남편이 밖에서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가지길 원하겠어요.”
“아니, 그게 아니야. 그 전의 일이야.”
“예?”
박시언은 눈을 치켜뜨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더 오래전부터 그랬어.”
이 비서는 어리둥절한 채 박시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시언은 신다정이 오래전부터 그를 거부하고 있고 눈빛에도 애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거 신다정이 그의 뒤를 쫓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을 때, 상대를 보는 눈빛은 확연히 변하게 된다.
“박 대표님...”
“신다정과 결혼한 첫 한 달,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해?”
“박 대표님... 별로 한 게 없어요. 그저 집에 잘 들어가지 않으셨고 사모님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셨어요...”
이 비서는 함축해서 말했다.
그때만 해도 박시언은 서찬미를 좋아했다. 어디를 가도 서찬미를 데리고 다녔던 반면 새로 맞은 아내 신다정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내가 그때, 그저 무관심한 것뿐이야?”
“아마... 조금 미움도 있었어요.”
그때 신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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