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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장

장례식이 열리는 날, 서찬미는 검은색 치마를 입었다. 아랫배는 여전히 평평했지만 혹시라도 박씨 집안의 핏줄을 품고 있는 것을 모를까 봐 일부러 배를 내밀고 있었다. 최정애는 하객들을 맞았지만 박시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최정애가 옆에 있던 서찬미를 향해 물었다. “시언이는?” 서찬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아침부터 못 봤어요.” 잠시 후 이 비서가 달려와 최정애에게 말했다. “어르신, 대표님께서 오늘 안 오시겠다고 합니다.” “안 온다고? 그럼 어떻게 해?” 박시언과 신다정은 아직 이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금실이 좋은 부부 사이이다. 그런데 아내의 장례에 남편이 곁에 없다니, 말도 안 된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최정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당장 시언이를 불러와. 내가 시킨 것이라고 해. 오늘 안 오면 이 할머니와 아예 인연을 끊는 것으로 알게!” “네, 어르신.” 이 비서는 바로 자리를 떴다. “어르신 옆에 따라다니는 여자는 누구예요?” “아직 모르시죠? 예전에 박 대표가 도와준 여학생인데 박 대표의 아이를 임신했대요. 아이를 낳고 나서 결혼할 수 있다고 그러던데요.” “한성 그룹 사모님이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요. 박씨 집안, 정말 너무 야속하네요.” 바로 이때, 사람들 사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 이 사람은 한성 그룹 사모님이 아닙니까?” “한성 그룹 사모님은 죽었잖아요. 어떻게 돌아올 수 있죠?” ... 주변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최정애와 서찬미의 귀에까지 들렸다. 서찬미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개를 들었을 때, 아니나 다를까 검은 드레스를 입고 모자를 쓴 여자가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신다정의 차림새는 도도하고 우아했다. 들어오자마자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신다정을 본 순간 최정애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신다정?” 최정애는 자신이 잘못 본 줄 알았다. 신다정은 바다에 빠지지 않았는가? 어떻게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비서는 신다정이 성당에 멀쩡히 나타나자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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