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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장

차에 탄 신다정은 휴대폰에 성도아가 전화를 여러 번 한 것을 발견했다. 한 시간 동안, 성도아는 그녀에게 수없이 많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다정은 놀라는 기색 없이 아주 차분하게 성도아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바로 전화를 받은 성도아는 전화기 너머로 미안한 듯 말했다. “신다정 씨, 오늘 배성연이 우리 집에 와서 가문의 하인들을 모두 죽였어요. 배연화 씨를 집에서 보여주지 않았지만 몇 시간 후에 바로 돌려보냈어요. 정말 미안해요.”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배성연은 원래 강한 사람이니까요. 성도아 씨가 본인과 나를 보호한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녀를 탓할 생각이 없는 신다정의 모습에 성도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미안해요. 신다정 씨가 처음으로 나에게 한 부탁인데 내가 망쳤어요.” “배성연이 하인들을 다 죽였는데 왜 성도아 씨는 남겨둔 거죠?” 날카로운 질문이었지만 성도아는 마치 신다정이 이렇게 물어볼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말했다. “아마... 아마도 내가 성씨 가문의 딸이라 건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성도아의 답변에 신다정은 그다지 만족하지 못한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궁금하네요. 배성연은 왜 배연화를 찾지 못하자 바로 성도아 씨를 찾으러 갔을까요.” 이 한 마디에 성도아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이만 할 일이 있어 해성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성도아 씨, 폐를 끼쳐서 죄송해요.” 말을 마친 신다정이 전화를 끊자 전화기 너머의 성도아는 자신의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신다정이 알아챈 것일까? 아니면 아직 모르고 있을까? 머릿속에서 한참 생각하던 성도아는 이내 그 답을 찾았다. 신다정은 알아챘을 것이다. 신다정은 그녀가 전화를 걸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말하고 어떤 이유를 드는지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배연화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배성연이 첫 번째로 생각한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신다정이 판 함정이라는 것을 깨달은 성도아는 피식 웃었다. 진작 알고 있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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