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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장

깊은 밤, 낙성의 한 호텔 안. 누군가 지태준의 방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도원영이 창백한 얼굴에 눈물을 글썽인 채 서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지태준은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문을 닫으려 했지만 도원영이 갑자기 문틀을 잡았다. 손을 다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태준 씨! 할 말이 있어요!” 도원영이 급한 듯 소리쳤다. “난 할 말 없어.” 다른 여자는 안중에도 없는 지태준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도원영이 말했다. “나는 정말로 태준 씨를 존경해요! 예전에 용성에서 나를 구해줬던 거, 기억해요?” 지태준이 차가운 눈빛으로 도원영을 훑어보았다. 본인이 이 여자를 구해준 적이 있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죽인 사람도 많고 구한 사람도 많아. 네가 왜 내가 너를 기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태준 씨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나는 태준 씨를 기억해요!” 도원영이 진지한 얼굴로 지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준 씨가 아니었다면 나는 용성에서 진작 죽었을 거예요! 예전에 아버지가 빚을 많이 졌어요. 그때 태준 씨가 나를 구해줬었어요! 그때 정말 감사했어요! 오늘 저녁에 신다정 씨 앞에서 한 말은 모두 진심이었어요... 나는 정말로 태준 씨를 좋아해요! 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해온 이유도 단지 태준 씨 앞에 당당히 서기 위해서예요! 태준 씨가 나를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도원영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지태준을 바라보았다. 다른 남자라면 아마 이 여자의 탁월한 연기에 속아 넘어갔을지도 모르지만 지태준은 절대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며 모든 미세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배운 지태준은 지금 도원영의 말이 반은 진심이고 반은 거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태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도원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태준 씨가 신다정 씨와 헤어지라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신다정 씨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태준 씨를 모욕하는 걸 지켜볼 수만은 없었어요... 그래서...” “말 다 했어?” 지태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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