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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장

지정호는 화를 참고 가만히 있었다. 어쩌면 지태준 이 녀석이 청첩장을 줬을지도 모른다. 좋은 날에 왜 김영수 같은 나쁜 자식을 초대하고 이러냐 말이다. 전에 김영수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쁜 짓을 할 것 같은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어르신, 오늘 같은 큰 경사에 축하하러 오겠다는데 막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좋은 기운을 상하게 하면 안 되죠.” “맞아요. 어르신, 김 대표더러 와서 축하주라도 한잔 마시라고 하시죠?”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설득하자 지정호도 오늘같이 좋은 날을 김영수가 망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지정호가 손짓하자 김영수를 에워싸던 사람들이 모두 물러났다. “김 대표님, 이쪽으로 앉으시죠.” 집사가 김영수에게 자리를 안내하자 김영수는 앉기 전 주변 사람들을 한 번 훑어봤다. 그러자 기업인들은 고양이를 만난 쥐처럼 자리를 피했다. 김영수는 주위를 둘러본 뒤 지정호의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저기 앉을게.” “김 대표님, 저기는 메인 테이블이라 양가 가족만 앉을 수 있습니다.” “고빈이 가족이야? 반지훈은? 강금희는 먼 친척이잖아? 그리고 배성유와 배연화, 두 배씨 가문 사람들은 언제 지씨 가문의 친척이 된 거야?” 김영수의 물음이 연거푸 쏟아졌다. 사실 그냥 생떼를 부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마음에 드는 테이블은 제기 메인 테이블밖에 없구나. 나를 메인 테이블에 앉히든지 사람을 시켜서 판을 깨게 하든지, 하나를 골라봐.” 김영수가 이런 수작을 부리자 궁지에 몰린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김영수를 메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김영수가 왜 여기에 앉아? 싫어!” 배연화가 김영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자 김영수가 배연화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배연화 씨, 그 입을 다물지? 안 그러면 바늘로 꿰맬 테니.” “김영수...” 배연화는 화를 내려고 하지만 배성유가 그녀를 제지했다. “성질 좀 죽여? 여기는 낙성이지 용성이 아니야. 김영수가 여기서는 널 한 손으로 매장할 수도 있다고. 알아?” “나는...” “밥이나 먹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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