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9장 여러 가족이 한데 모이다

중년 여성은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이었다. “인호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들 은예가 자살했다고 했다고? 너희 반의 그 전교 1등 걔 학업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뛰어내린 거라면서?” 정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창백한 얼굴이 많은 걸 얘기해주었다. 중년 여성은 앞으로 나서며 아들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뭘 알고 있는 거니? 인호야, 엄마 겁주지 마.” 시선을 든 정인호는 눈이 빨갰다. “엄마, 저 신고할까요? 저 요즘 꿈에 자꾸 은예가 나와요. 은예는 제게 왜 자신이 본 걸 얘기하지 않냐고 물어요. 하지만 제가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는걸요. 인터넷에서 떠도는 얘기도 곧 묻힐 거예요. 엄마, 저 어떡해요?” 정인호는 신고할지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두려웠다. 아이들이 복수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익명으로 제보하려고 해봤지만, 학교에 조사하러 온 사람들은 그가 제공한 실마리에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심지어 그 사람 중에 곽이서의 삼촌도 있었다. 곽씨 일가는 너무 대단했다. 만약 그들에게 밉보인다면 완전히 끝장이었다. 그날 그들은 누군가 옥상에 있었다는 걸 알았지만 그 사람이 정인호라는 건 몰랐다. 정인호는 한부모 가정에서 자랐다. 만약 그들에게 노려진다면 살 수 없을 것이다. 정인호는 한 번 시도해 본 뒤로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 그는 겨우 중학생이었다. 그리고 현실은 그가 배운 것과 완전히 달랐다. 교과서에서 말한 공정은 대체 어디 있는 걸까? 정인호는 눈물을 마구 닦았다. “엄마, 엄마는 그냥 모른 척하세요. 그 영상들 곧 지워질 거예요. 댓글 같은 거 남기지도 마세요. 엄마인 거 드러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중년 여성은 어렸을 때부터 군인이 되어 약한 사람들을 지켜주겠다던 아들이 이렇게 될 줄은 상상치 못했다. 정인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다. 여자는 정인호를 국제학교에 보내면,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면 아이의 안목을 높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