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9장 두 사람 사이
“물 마시려고요?”
남자의 시선이 아래로 향하며 진희원의 긴 머리카락에 닿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으면서도 감미로웠다.
“물 마시려는 건데 귀는 왜 빨개요?”
진희원의 손에 허공에 멈췄다.
“더워서요.”
“더워요?”
남자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21도인데 덥다고요?”
진희원은 왜 말이 그렇게 많냐고 나무라고 싶었다.
윤성훈이 꿈속에서 그런 짓을 한 바람에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인데 말이다.
심지어 그는 잘생긴 얼굴 하나 믿고 제멋대로 굴었다. 그녀를 묶기도 했다.
그러나 그게 윤성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그라고 해도 지난 생의 그일 것이다.
진희원은 수도자였기에 자꾸만 꾸게 되는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일부러 그 일을 무시하려고 했다. 지난 생의 일들이 이번 생의 두 사람 사이를 대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지금의 윤성훈은 지난 생의 그처럼 사슬로 그녀를 묶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감금은 불법이었기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바로 그를 잡아넣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예쁘장한 약혼자는 아주 멀끔한 사람이었다.
예전에 가까이서 봤을 때는 너무 냉담했고 항상 뒤로 물러났다.
그런 사람이 꿈속과 같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진희원도 계속 이렇게 이상한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진희원은 고개를 돌려 윤성훈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했다.
“요즘 몸살 기운이 있어서요. 18도 이상은 다 덥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 예쁘장한 환자분은 나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요.”
또 한 번 진희원에게 당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윤성훈은 진희원이 겉이든 내면이든 선인장 같은 사람이라 가까이 다가가면 찔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꾸만 건드리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 없었다.
진희원은 자신의 감정을 내비치는 일이 아주 드물었다.
그런데 오늘 같은 모습은... 꽤 보기 드물었다.
윤성훈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했다. 그의 눈동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희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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