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4장

이때 여재준은 무언가에 손을 뎄다. 여재준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엽전을 던진 진명호를 바라보았다. 진명호는 너무도 평범한 사람이었고 심지어 기운도 아주 평범한 데다가 단명할 운명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5대 왕조 엽전을 쓰는 걸까? 여재준 눈동자의 검은 안개가 빠르게 사라졌다. 조금만 늦었으면 5대 왕조 엽전에 데서 형체를 감추지 못할 뻔했다. 그동안 그는 이런 고생을 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차력이 아니었다. 여재준은 이런 걸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용호산의 사람들도 그에게 이런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재가 되어 사라졌을 것 같은 느낌을 말이다. 진씨 일가는 겉으로 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그가 제일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진명호마저 5대 왕조 엽전의 힘을 쓸 수 있었다. 진명호는 그저 노래하고 춤을 추는 광대일 뿐인데 말이다. 5대 왕조 엽전의 힘을 빌리려면 반드시 그 기술에 정통해야 했다. 진명호는 절대 만만치 않았다. 엽전이 다시 공격하자 여재준은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의 뒤에 흐릿하게 검은 안개가 보였는데 그것은 빠르게 그의 등 뒤에서 흩어졌다. 여재준에게 변화가 있다면 안색이 한없이 창백하고 눈 밑은 아주 검다는 것뿐이었다. 여재준은 눈빛이 돌아왔지만 발밑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축축해졌다. 그는 진명호를 바라보면서 어리둥절한 눈빛을 했다. “명호 형, 여긴 어쩐 일이야?” 진명호는 진씨 일가의 여섯째로 그와 또래인 사람 중에서는 꽤 잘 나가는 편이었고 진명호와 어울려 다니는 이들은 가끔 그를 명호 형이라고 불렀다. “내가 여기 있었던 거 기억 안 나?” 진명호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는 여재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조금 전 여재준의 반응은 아주 이상했기 때문이다. 여재준은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그는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누르면서 머리를 휘휘 젓더니 힘없이 말했다. “희원 누나가 나한테 진씨 일가로 오라고 문자를 보냈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