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5장
여재준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세를 취했는데 아주 기괴한 자세였다.
“절대 잘못 보지 않았어요.”
“희원 누나가 제 체질을 알려주면서 평소에 조심하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전 절 노출하지 않았어요.”
“전 일부러 못 본 척했어요. 배승호가 계속 욕실에 있어서 화장실을 쓰지 못하지 않았더라면 전 배씨 일가 거실에 가지 않았을 거예요.”
“이상한 점은 당시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배씨 일가에 하인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다들 명령을 받고 물러난 것처럼 말이에요.”
“그때 전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그러다 거실 쪽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나왔는데 그때 그 광경을 봤어요.”
여재준은 그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는 혹시라도 들킬까 봐 살금살금 걸었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돌아간 뒤 배승호에게 요즘 할아버지에게 이상한 점이 없었냐고 물었다.
배승호는 게임을 하면서 대답했다.
“할아버지?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할아버지는 내가 진씨 일가 형님들을 따라 배웠으면 하던데? 내가 그런 사람들이랑 같은 부류는 아니잖아. 아, 참. 할아버지가 네 형도 따라 배우라고 했어.”
“그리고 너희 할아버지도 우리 할아버지를 알잖아. 너 요즘 왜 그래? 왜 집에 안 돌아가?”
여재준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잘못 본 건지 아니면 자신이 본 것이 진짜였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로 이튿날, 즉 오늘 진희원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배승호의 할아버지 배정운은 여재준을 서재로 불렀다.
어젯밤 일 때문에 여재준은 감히 갈 수 없었다. 그가 어떤 핑계로 거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배정운은 갑자기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시선을 들며 말했다.
“재준아, 어젯밤 본 거니?”
“못, 못 봤어요!”
여재준은 급하게 부인하느라 그것이 함정임을 눈치채지 못했다.
배정운은 웃었다. 흰머리에 흰 수염을 한 그는 평소와 다르게 눈빛이 아주 음산했다.
“무슨 일인지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보지 못했다고 하네. 정말 보지 못한 거냐?”
“상황을 보니 봤나 보구나.”
여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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