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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앞으로 다가온 전도현은 부드러운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우연히 지나가는 길이야, 태워다 줄게.” 말을 마친 전도현이 젠틀한 모습으로 차 문을 열어주자 강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 기억에 대표님은 시내 중심 황정 캐슬에 살지 않나요? 내가 사는 교외 산월 별장과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 지나가는 길이라고요?” 전도현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강서윤을 바라보았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알고 있어? 나에게 관심이 많나 봐? 그런 조사까지 하고?” “하, 허튼 생각하지 말아요.” 강서윤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 “대표님 같은 강성의 황제가 어디 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길에서 걷기만 해도 대표님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는데?” 살짝 실망한 전도현은 이미지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강서윤의 귀에 안 좋은 소문이 들리지 않도록... 그러고는 한마디 했다. “진짜로 가는 길이야. 오후에 이안이와 약속이 있잖아. 우리 적어도 친구 사이 아니야?” 그러고는 다시 젠틀하게 ‘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강서윤은 처음에 전도현의 차에 타고 싶지 않았지만 옆에 있는 페라리를 보고는 그제야 올 때 배진우의 차를 타고 나왔다는 걸 깨달았다. 배진우는 지금 진명월과 얘기 중이기에 강서윤을 태워다 줄 시간이 없었으므로 전도현의 차에 탈 수밖에 없었다. 강서윤이 조수석에 앉자 전도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밤길을 달리는 검은색 럭셔리 카는 산월 별장을 향해 달렸다. 전도현은 운전을 하면서도 강서윤을 여러 번 힐끔거리며 보았다. 강서윤의 목에는 전도현이 선물한 목걸이가 여전히 걸려 있었다. 섬세한 쇄골이 목걸이를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했다. 집에 가면 바로 끊어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도 착용하고 있다니... 대화를 나누려고 했지만 고개를 돌리자 강서윤은 이미 의자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매우 피곤한 듯 미간을 찌푸린 채 잠들었다. 게다가 낮에는 차갑고 무정해 보이던 강서윤이 잠들 때는 몸을 옆으로 돌리고 다리를 웅크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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