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하성훈의 가슴속에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왜 그런지 알기도 전에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강서윤이 갑자기 긴 다리를 휘둘러 강렬한 한 방을 날렸다.
“슉!”
곱고 탐스러운 장미꽃은 그녀의 일격에 힘없이 흩날리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앙상하게 잘린 줄기뿐이었다.
“하.”
그녀는 비웃듯 짧게 웃으며 말했다.
“잘 받았어요. 이제 꺼지세요.”
하성훈은 마른 줄기만 남은 꽃다발을 부여안은 채 완전히 얼어붙었다.
'아니, 강서윤이 언제 이렇게... 이렇게 화끈한 성격이었지? 이건 뭐... 개간지잖아?'
그 시각, 차 안에서 지켜보던 전이안은 두 손을 손뼉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엄마 아주 멋져요. 역시 엄마야. 아빠, 빨리 엄마 쫓아가요. 아직 기회 있다고요. 절대 저런 못된 사람들한테 엄마를 뺏기면 안 돼요!”
전도현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
‘쫓아가라고? 어떻게?’
지금의 강서윤은 누구의 말도 쉽게 듣지 않을 사람이다.
그는 무심히 옆을 보며 말했다.
“그렇게 연애 고수라더니 왜 이렇게 조용하지?”
전건우는 핸들을 꽉 쥔 채 외면하며 대답했다.
“난... 난 아무것도 몰라. 그냥 운전만 성실하게 하는 기사일 뿐이지... 아주 성실하게.”
성실해라는 말에 전도현은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 미세한 미소 속에 어딘가 묘한 기색이 깃들었다.
“좋아. 방법이 떠올랐군.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대로 해.”
같은 시각, 강서윤은 주차장으로 향해 바이크에 올라타려던 참이었다.
“엄마. 엄마!”
어디선가 부드럽고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전도현이 전이안을 품에 안은 채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작은 체구로 그의 팔에 꼭 안긴 전이안은 귀엽고 사랑스러웠고 그 옆에 선 전도현은 날렵하고 건장한 체격으로 대조를 이루며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눈부신 훈남과 꼬마의 조합이었다.
하지만 강서윤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요?”
그녀의 말투에는 명확한 불쾌감이 묻어났지만 전도현은 익숙하다는 듯 차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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