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화
강서윤은 누구도 거절하지 않았다.
한 손엔 명함, 한 손엔 립스틱을 쥐고 쉬지 않고 사인을 해주었다.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그녀가 써 내려가는 붉은 사인은 번쩍이는 듯한 강렬함을 품고 있었다.
그 순간의 그녀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찬란했고 감히 누구도 견줄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서진은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깊게 파고들 만큼 힘을 주고 있었다.
이렇게 순식간에 판세가 뒤집히다니.
강서진은 자신한테 비추던 조명이 사라지고 자신이 조롱받는 그림자에 밀려나는 기분이 들었다.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주인공은 나라고... 언제부터 내가 들러리가 된 거지?’
분노 때문에 이를 악문 채 그녀는 겉으론 한껏 포장된 미소를 머금고 다가가 말했다.
“서윤아, 시간이 다 됐어. 쿠치 쪽 관계자분들이 기다리고 계시거든.”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팬들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그녀를 향했다.
“그 입 좀 다무시죠? 지금 사인받는 중이거든요.”
“톱모델이면 뭐해요. 우리는 서윤 씨가 좋다고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전도현이 불러 모은 이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진심으로 강서윤을 좋아했고 존경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을 이들이 오늘은 자발적으로 나섰다.
강서진은 순간 굳어버렸다.
‘뭐야, 감히 나한테 눈을 그렇게 부라려?’
강서진은 단지 조금 알려졌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무시하는 시선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표정을 간신히 관리하던 그녀 곁으로 송가인이 재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붙잡았다.
“대표님, 올라가시죠. 촬영이 더 중요해요.”
그 말에 강서진은 겨우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오늘 촬영에서 무조건 서윤이를 무너뜨려야 해. 이대로 끝날 수는 없어.’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강서윤은 비웃듯 시선을 거두었다.
‘날 이기겠다고? 꿈 깨.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알아서 날 위해 판을 깔아줄 테니까.’
같은 시각.
빌딩 꼭대기 층 전도현의 사무실.
그와 전이안은 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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