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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남자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강서윤은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 이런 자신이 부끄럽고 화가 났다. ‘이... 망할 전건우. 일부러 그런 거지?’ 욕을 하려던 찰나 전이안이 갑자기 말했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가 참아요. 우리 삼촌이 원래 과속하는 걸 좋아해요. 작년에 F1 레이싱 선수였거든요.” “전건우, 운전 똑바로 해. 여긴 도로지, 경주로가 아니야.” 전도현도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낮고 어두운 목소리에 엄격함이 묻어났다. 그의 진지한 모습에 강서윤은 욕을 하려다가 내뱉지 못하고 다시 삼켜버렸다. 전도현이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머리 부딪히진 않았지?” 성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표정이 진지해서 딴마음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서윤은 문득 자신이 너무 속이 좁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몸을 똑바로 하고 그를 멀리했다. “괜찮아요.” 그러고는 벽에 달린 안전 손잡이를 잡고 똑바로 앉으려고 애썼다. ‘이젠 아무리 급회전해도 절대 넘어지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때 차가 갑자기 왼쪽으로 급회전했다. 끽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넘어지지 않았지만 반대로 전도현이 그녀의 품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게다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무언가를 잡았는데... 찍. 그녀의 원피스 허리 부분의 바느질선이 뜯어지면서 옆구리가 드러나 버렸다. “전도현 씨!” 강서윤은 더 이상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 차가 멈춰 섰다. “강서윤 씨, 도착했어요.” 그제야 고개를 돌린 전건우는 뒷좌석 상황을 보고 당황해하며 사과했다. “아,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제가 핸들만 잡으면 저도 모르게 과속해서요.” “삼촌, 습관 좀 고치라고 했잖아요. 아빠를 날려버린 게 벌써 한두 번이 아니에요.” 전이안이 호통치면서 앞 좌석에서 뒷좌석으로 기어가더니 전도현을 부축하려 했다. “아빠, 괜찮아요?” “괜찮아.” 전도현은 몸을 똑바로 하고 구겨진 양복을 정리한 후 강서윤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미안해. 원피스는 같은 디자인으로 사서 보상해줄게. 오늘은 일단 이 옷으로 가려.” 그러고는 차 안에 뒀던 남성용 셔츠를 그녀에게 건넸다.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지만 행동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했다. 분명 화가 나는 상황이었으나 도무지 화를 낼 수가 없었다. 아이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전건우는 미안함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전도현의 성숙하고 잘생긴 얼굴에는 진지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세 사람한테서는 그 어떤 수상한 점도 보이지 않아... 제국 그룹 대표인데 가족들과 짜고 날 속일 리는 없겠지.’ “됐어요. 집에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원피스는 물어주지 않아도 돼요. 차비라고 생각하세요.” 강서윤은 차 문을 열고 서둘러 내렸다. 그러자 전도현이 진지하게 말했다. “난 남한테 빚지는 걸 싫어해. 남녀 사이에 깔끔하게 하는 게 좋지. 원피스는 직접 가져다줄게.” 강서윤은 발을 바닥에 내딛자마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정말 물어줄 필요 없는데. 난 더는 전도현 씨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요. 근데 거절하면 전도현 씨가 나한테 빚을 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일 것 같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도망가고 보자.” 그녀가 멀리 간 후에야 전도현은 전건우와 전이안을 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원하는 거 있으면 뭐든지 말해.” 전건우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1년 동안 나한테 들어오는 맞선 전부 다 막아줘.” 전이안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빨리 엄마랑 결혼해서 여동생을 낳아주세요.” 전도현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알았어. 다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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