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전이안은 엄마의 사고방식이 이렇게 독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빠를 칭찬해주려고 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지?’
설명하려 했지만 강서윤이 전이안을 안고 옆으로 데려갔다.
“이안이 착하지? 얼른 네 아빠한테 가. 누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집에 가야 해.”
“엄마...”
전이안은 크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애처롭게 올려다보았다.
강서윤은 마음이 아팠지만 복수를 위해 돌아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뇌었다. 마음을 굳게 먹고 긴 다리를 쭉 뻗어 바이크에 올라탔다.
전이안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엄마가 진짜로 날 버렸어. 이대론 안 돼.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아이는 통통한 손을 무심하게 휘둘렀다.
강서윤이 바이크에 시동을 걸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타이어가 터졌다. 뒷바퀴가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고 바이크가 앞쪽으로 기울어졌다.
전이안이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엄마, 바퀴에 다트가 박혔어요. 누가 엄마를 공격하려고 해요.”
강서윤이 바이크에서 내려 확인해 보니 뒷바퀴에 은색 다트가 박혀 있었는데 거의 절반 정도 들어가 있었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다트라니? 다트로 날 다치게 하려 했다고? 뭔가 이상한데?’
전이안이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말했다.
“엄마, 무서워하지 말아요. 지금 아빠한테 차를 몰고 오라고 해서 집까지 데려다줄게요.”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아빠, 긴급 호출. 긴급 호출이에요.”
강서윤은 점점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안이는 아직 5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인데 다트를 던질 리가 없겠지? 게다가 조급해하는 걸 보면 연기인 것 같진 않아. 정말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그때 검은색 승합차가 다가왔다. 유리창이 내려갔고 전건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
“강서윤 씨, 이안아, 빨리 타.”
전이안은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탄 다음 강서윤에게 소리쳤다.
“엄마, 빨리 타요. 우리가 집에 데려다줄게요. 딴마음은 절대 없어요.”
운전하는 사람이 전건우라는 걸 확인했고 바이크를 수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강서윤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뒷좌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런데 문을 닫자마자 바로 후회했다. 뒷좌석에 전도현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야? 지금이라도 내려야 하나?’
전건우는 백미러로 그녀의 안색을 보고는 급하게 액셀을 밟았다. 차가 순식간에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강서윤은 꼼짝없이 갇히고 말았다.
‘그냥 가자. 이젠 내릴 수도 없는데.’
그녀는 전도현과의 거리를 멀리하려고 최대한 옆으로 앉았다.
다행히 전도현은 신문을 보고 있었고 그녀가 탄 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고고하고 냉정한 분위기는 마치 그만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누구도 방해할 수 없었다.
‘내가 괜한 생각을 했나?’
시내를 벗어난 그때 차가 갑자기 급회전했다.
갑작스러운 회전에 강서윤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전도현에게 넘어졌다.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전도현이 들고 있던 신문이 찢어졌고 그녀는 전도현의 무릎 위에 넘어졌다.
전도현과 강서윤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고 공기마저 얼어붙는 듯했다.
강서윤은 전도현을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이 각도에서 전도현의 옆모습을 보면 흠잡을 데 없이 잘생겼다. 그 순간 심장이 자제력을 잃고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뭐야? 왜 이래? 심장이 왜 빨리 뛰지?’
그녀는 급히 앞좌석을 붙잡고 힘껏 몸을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차가 또다시 급회전한 바람에 간신히 절반 정도 몸을 일으켰던 강서윤은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전도현을 마주 본 채로 얼굴이 전도현의 복근에 닿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