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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숙모’라는 말을 들은 강시현은 이유 모를 불안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양민하에 대한 본인의 감정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유지민이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으니 기뻐해야 하는데 왜 오히려 더 불편한 것일까? 강시현은 감정을 억누르고 싸늘하게 말했다. “내일 나랑 함께 연회에 가자.” 말을 마친 강시현이 방을 나간 후 방 안에 남은 유지민은 순식간에 힘이 빠진 듯 화상 흉터를 내려다보았다. 예전 같았으면 삼촌은 약을 사 와서 그녀에게 즉시 치료해 줬을 것이다.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려 했지만 과거의 따뜻함이 미친 듯이 그리워졌다. 다음 날, 유지민이 시간 맞춰 회사에 도착하자 인사팀 팀장이 지나가다 그녀를 보고는 손을 흔들며 말했다. “유 팀장님, 사표가 수리되었어요. 강 대표님께 제출만 하면 돼요.” 유지민은 무의식적으로 컴퓨터를 열었다. ‘발송 완료' 상태인 이메일을 본 유지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강시현은 그녀의 이메일을 확인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았다. 유지민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팀장님, 사표는 일단 강 대표님께 보내지 마세요. 제가 직접 강 대표님께 말씀드릴게요.” 인사팀 팀장은 그녀를 힐끗 본 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서류는 여기에 두겠습니다. 유 대표님이 직접 강 대표님께 서명을 받으세요.” 유지민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이내 강시현의 비서에게서 연회 장소를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 다행히 유지민은 오늘 평소처럼 정장 차림이 아니라 검은색 외투 안에 빨간색 긴 드레스를 입었다. 연회에 자주 참석하지 않은 그녀였기에 이 옷은 강시현이 그녀를 연회에 데려가기 위해 특별히 맞춤 제작한 것이었다. 유지민의 옷장에 연회에 갈 때 입을 만한 옷이 이 옷 하나밖에 없었다. 짐을 챙겨 회사 건물 아래로 내려온 그녀가 택시를 타려는 순간, 롤스로이스 팬텀이 그녀 앞에 멈춰섰다. 차 번호판을 보지 않아도 누구의 차인지 알 수 있었다. 조수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이내 양민하가 환한 미소로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지민아, 우연이네. 어디 가? 시현이와 같이 가는데 태워줄게.” 유지민이 강시현을 바라보았지만 강시현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앉아 있었다. “괜찮아요. 택시 탈게요.” “지민아, 아직도 어제 일 때문에 그래? 시현이가 나를 데리고 치료받으러 갔어. 의사도 흉터 안 남는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 얼른 타. 시현아, 너도 말 좀 해봐.”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강시현을 바라본 양민하가 장난을 치며 강시현의 팔을 잡아당기자 강시현은 그제야 유지민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알아본 듯 강시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침을 꿀꺽 삼키고는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타.” 속눈썹을 떨며 강시현을 똑바로 바라본 유지민은 강시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 경고하는 듯한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에게 말썽을 부리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양민하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지민아, 어서 타.” 유지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마음속의 슬픔을 감췄다. 차 뒷문을 연 유지민은 뒷좌석에 여자 옷과 화장품, 하이힐이 가득 차 앉을 공간은 거의 없는 것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이 앉을 공간이 없는데 왜 그녀더러 타라고 한 걸까? 양민하가 안전벨트를 풀며 차에서 내려 뒷좌석을 정리하려고 했다. “지민아, 미안해. 내 물건이 너무 많지? 좀 지저분해. 잠깐 정리 좀 할게.” “민하야, 앉아. 위험해.” 강시현이 양민하의 허리를 잡으며 그녀를 다시 조수석에 앉히자 양민하는 수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시현아, 지민이도 있는데 뭐 하는 거야...” 뒷말은 더 이상 할 필요 없었다. “네가 직접 정리하고 앉아. 연회 시간이 다 됐어. 늦겠어.” 유지민은 목구멍에 뭔가 꽉 막힌 듯했지만 겨우 참은 뒤 양민하의 물건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간신히 앉을 자리를 찾았다. 양민하가 조수석에 앉아 다리를 앞으로 뻗었다. 슬릿한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어 하얀 다리가 그대로 드러나 저도 모르게 시선을 끌었다. 양민하가 애교를 부리며 과일을 강시현의 입술 앞으로 가져가자 강시현은 자연스럽게 입을 벌렸다. 양민하의 립스틱 자국이 묻은 포크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애정을 과시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유지민은 뒷좌석이 마치 바늘방석 같았다. 자해를 해도 이것보다 더 힘들진 않을 것이다. 높이 치솟았던 마음속에 있던 큰 돌덩이가 무거운 충격과 함께 땅에 떨어지는 듯했다. 예전에 유지민과 강시현은 다툰 적이 있었다. 강시현은 3일 동안 그녀를 무시했고 유지민이 아무리 사과를 해도 강시현은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래서 결국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강시현에게 유지민을 회사에 데려다주라고 명령했고 강시현은 압박에 못 이겨 유지민을 차에 태웠다. 그때 강시현은 차 안에서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켰지만 유지민은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물건을 강시현의 차에 두고 온 것을 발견한 그녀는 집에서 오랫동안 강시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기대에 부푼 가슴을 겨우 억누르며 강시현의 차로 가서 물건을 챙기려고 할 때, 강시현이 냉정하게 말했다. “버렸어.” 순간 유지민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실수로 물건을 차에 두고 내렸을 뿐인데 결벽증이 있는 강시현은 이를 참지 못하고 버렸다. 하지만 지금 양민하가 차 안을 어지럽히고 물건을 여기저기 흐트러지게 놓아도 그녀를 보는 강시현의 눈빛은 애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강시현이 양민하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린 첫사랑이 돌아왔으니 강시현이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침묵 속에서 연회 장소에 도착한 후 양민하는 뒤를 돌아보며 유지민에게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 “지민아, 하이힐 좀 건네줄래? 고마워.” 차를 세운 강시현은 양민하의 다친 발목을 바라보았다. 아침에 그녀에게 화상 연고를 바를 때까지도 그녀가 아프다고 했던 것이 떠오른 그는 즉시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됐어. 내가 신겨줄게.” 하이힐을 들려던 유지민의 손이 뚝 멈췄다. 강시현가 뒷문을 연 순간 그녀는 이 하이힐을 강시현의 얼굴에 던지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는 강시현의 눈빛에 온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유지민의 손에서 하이힐을 받은 강시현은 차 앞으로 돌아가 한쪽 무릎을 꿇고 양민하에게 하이힐을 신겨주었다. 양민하는 달콤하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현 씨, 지민이 이제 막 우리 사이를 해명하는 기사를 내줬는데 이러다가 또 기자들에게 찍히겠어.” “괜찮아. 유지민이 처리할 거야.” 차에서 내린 유지민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얼굴에는 알아채기 힘든 비웃음이 살짝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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