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그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 ‘유지민, 너 연기 진짜 너무 서툴러.’ 유지민이 문을 닫으려는 순간 그는 재빨리 문을 막았다. 유지민이 시선을 돌리며 눈썹을 더욱 찌푸렸다. “삼촌, 나 경찰 부를 거예요.” 강시현은 표정이 점차 밝아지며 말했다. “나한테 화낼 순 있어. 하지만 나를 열 받게 하려고 강인혁이랑 결혼하고, 내 앞에서 투정 부리는 건 아니야. 유지민, 이제 그만해. 내가 너를 좀 봐줄 순 있지만 계속 봐줄 순 없잖아.” 유지민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남자는 진짜 자뻑 증세라도 있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증명해야 강시현이 완전히 정신 차리고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까?’ 유지민은 문을 쾅 닫아버렸다. 문밖에 서 있는 강시현은 이제 상관도 없었다. 신발을 벗던 그녀는 집 안을 둘러보며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방금 강시현의 입가에 맺힌 그 미소가 떠올리며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집 안을 훑어보았다. ‘설마... 집 안에 강인혁의 생활 흔적이 없다는 걸 보고 저런 자뻑을 떤 건 아니겠지?' 푸르지아는 사실 강인혁이 빌려준 집이었다. 빌리 지사에서 도보로 단 5분 거리라 차 없이 출근할 수 있어 통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으니 유지민에게는 확실히 편리한 조건이었다. 그리고 강인혁도 항상 선을 지키며 가끔만 그녀 집에서 묵고 갔을 뿐, 대부분 시간은 유지민이 혼자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강시현이 집 번호까지 찾아낼 정도로 집을 알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유지민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기회가 되면 아래층 경비원에게 강시현이 다시 오면 출입을 금지하라고 말해두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그때 강인혁의 전화가 걸려왔다. “지만아, 출근했어?” 유지민은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아직 집이에요.” “목소리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는데?” “방금 강시현이 왔다 갔어요.” 말이 끝나자, 전화 너머의 강인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