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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성신우는 어려서부터 예쁘게 먹는 법을 몰랐기에 입 주위에 모두 기름이었다. 여백연은 아주 우아하게 먹었는데 입술에 기름이 살짝 묻어 반짝였다. 하지만 그녀도 늦게 먹는 건 아니었다. 학교 식당의 음식은 보통 기름과 소금이 많이 들어갔고 아주 매웠다. 여백연의 가정부가 계속해 주는 음식은 아주 담담했지만 매일 먹으니 오히려 입맛이 없었다. 황자욱은 안절부절못했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있긴 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자꾸 흔들거렸다. '장난해? 지금 내 맞은편에 앉은 건 공부의 신이야, 제일 고등학교 퀸카, 여백연이라고!' 그는 성신우처럼 그렇게 마구 먹을 수 없었다. 황자욱은 세심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틀 동안 성신우가 휴가 끝나고 나서 전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에도 성신우가 잘 놀았지만 예쁜 여자 앞에서는 단정하고 긴장했지만 황자욱처럼 티 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성신우는 앞에 여백연과 같은 대미인이 앉아 있어도 아주 여유가 있었다. 성신우는 여백연의 조심스러움과 황자욱의 불편함을 눈치채고 먼저 입을 열었다. 그는 아주 센스가 있었기에 몇 마디로 바로 어색했던 분위기를 풀었다. 여백연은 황자욱을 힐끗 보더니 성신우를 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너희들... 좋은 친구야?" 성신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웃으며 여백연한테 소개했다. "누렁이 형님이야, 아주 뱃속에서부터 알고 지냈어. 우리 우정은 바다 위를 거니는 배처럼 아주 단단해. 날 위해 칼산도 넘을 수 있고 뜨거둔 불바다도 건널 수 있는 친구야!" 그 말을 들은 황자욱은 얼굴을 부들거렸다. '그러니까 모든 힘든 건 다 내가 한다는 거네, 아주 기름통까지 구룰까?' '우정이 배처럼 단단하다고?' '젠장, 그냥 확 엎질러져라!' 여백연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정말 성신우가 대단한 것 같았다. 입은 누구나 있는데 왜 그는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고, 그것도 그렇게 재밌게 할 수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황자욱은 너무 답답해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리려 했다. 성신우의 그릇에 있는 닭 날개를 보고는 얼른 집어 입에 넣었다. "젠장-" 성신우는 닭 날개를 아주 좋아했기에 잔뜩 화가 났다. 다행히 그의 그릇에 더 있었다. 여백연은 예쁜 눈을 반짝이며 성신우를 쳐다보았다. 성신우는 그녀의 첫 번째 친구였다. 그녀는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었기에 친구와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공부의 신인 그녀는 뭔가를 배우는 재능이 뛰어났기에 머리에 바로 방법이 떠올랐다. 1.성신우와 황자욱은 좋은 친구이다. 2.그녀와 성신우도 좋은 친구이다. 3.황자욱이 성신우의 닭 날개를 빼앗아 먹었다. 4.그러니까 그녀도 빼앗아야 한다. "알겠어!" 여백연의 맑은 눈에는 설렘이 가득했다. 성신우가 방심한 틈을 타 그녀는 목표를 정하고 행동을 취했다. 그녀는 젓가락으로 남은 닭 날개를 집어 황자욱을 따라 얼른 입에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본 성신우와 황자욱은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문제 있어?" 여백연은 한입 베어 물고는 닭 날개를 자기 식판에 놓고 의아하고도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 성신우는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너... 괜찮은 것 같아?" "좋은 친구는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 여백연은 진지하게 분석했다. "너랑 얘가 좋은 친구고 나도 너랑 좋은 친구잖아. 쟤가 네 닭 날개 빼앗았으니까 나도 빼앗아야 해!" 그러고는 닭 날개를 들어 또 한입 베어 물었는데 입에 기름이 가득했다. 그녀는 왜인지 성신우한테서 빼앗아 온 닭 날개가 유난히 맛있는 것 같았다! 성신우는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생각했다. '어린애가 사유능력이 아주 강하네, 프로그래밍 배운 건가? 아주 대단하네. 미리 시대의 흐름을 따라간 거네.' '소문에 여백연이 아주 도도하다던데, 완전 헛소문이네.' '아주 순수한 멍청이야.' 특히나 사람을 대하는 행동이 완전히 백지장 같았다. 성신우는 눈썹을 들썩거렸다. "컥... 별문제가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앞으로 나 말고, 다른 사람 물건 빼앗아 먹지 마!" "왜... 왜?" "이유는 없어, 아무튼 안 돼, 안 그러면 우리 우정 끝나는 거야." 성신우는 전생의 카리스마 넘치는 대표님 행세를 했다. "그래-" 여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성신우 말고 나중에 친구가 생기더라도 그녀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빼앗아 먹을 생각이 없었다. 이유라면 아마 다른 사람이 성신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나서 식판을 씻고 세 사람은 식당 밖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성신우를 보았다. 예상대로라면 성신우가 아마 제일 고등학교의 이슈가 될 것이었다. 여백연이 식당에 가서 남자와 같이 밥 먹었다는 건 정말 빅 뉴스였다. 그리고 황자욱은- 관중들이 모두 멍청이가 아니었기에 모두 그를 공기 취급했다. 밥 먹는 동안 여백연의 눈빛이 계속 성신우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관중들은 성신우가 어떻게 여백연과 알게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참여자인 황자욱도 사실 아주 궁금했다. 식당을 나서자 그는 성신우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신우야, 너랑 여백연,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건, 내가 이따 말해줄게." "그래-" 황자욱은 얼른 손을 성신우 어깨에서 치웠다. 성신우가 뒤돌아 두 사람의 뒤에서 걷고 있는 여백연을 바라보았는데 여백연도 팔을 들어 성신우의 어깨에 올리려고 하고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여백연, 너 뭐 하려는 거야?" 여백연과 밥 먹은 게, 아주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밥만 먹은 거였기에 대충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여백연과 정말 신체상의 접촉이 있게 되면 절대 해명할 수 없을 것이었다. 여백연처럼 무조건 SKY에 갈 수 있는 학생이 수능을 한 달 앞두고 연애한다고 소문나면 학교 측에서 분명 간섭할 것이다. 아마 성신우를 자퇴하게 할 거고 집에서 복습하게 할 것이었다. 여백연은 진지하게 해명했다. "황자욱이 네 어깨 걸쳤잖아, 나도 걸칠 거야." 성신우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절대 안 돼-" 여백연은 억울해서 물었다. "왜 안 돼?" "그게 말이야-" 성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그녀한테 남자와 여자가 함부로 스킨십하면 안 된다고 말해도 그녀가 못 알아들을 것 같았다. 여백연은 집에서 너무 보호를 잘 받았기에 그쪽으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분명했다. 성신우 아저씨는 단호하게 여백연이 알아들을 수 있게 말했다. "나랑 누렁이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아는 사이었어. 날 위해 칼산도 오르고 불바다도 건널 수 있어, 그 정도는 돼야 내 어깨에 손 올릴 수 있는 거야. 넌 할 수 있어?" 여백연은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속상해하며 고개를 저었다. "음... 난 아픈 걸 제일 무서워해." "그러니까." 성신우는 소리를 깔고 말했다. "손 내려놔." "알겠어." 여백연은 그제야 말을 듣고 손을 내려놓았다. 얘기도 나눌 겸 소화도 시킬 겸 세 사람은 기다란 복도를 지나 정자를 찾아 돌 책상을 둘러싸 앉았다. 황자욱은 센스 있게 성신우와 여백연의 앞에 앉았다. 그는 놀랍게도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걸 발견했다. 외모로 보면 성신우는 여백연한테 가당치도 않았다. 성신우는 그저 훈훈할 정도였지만 여백연은 정말 신에 가까운 미모였다. 하지만 성신우의 몸에서 나오는 그 자신감이 마침 외모의 거리감을 좁혀주었다. 황자욱은 성신우가 대체 어디서 자신감이 넘치는지 알 수 없어 궁금해서 물었다. "신우야, 이제 말해줄 수 있지? 너랑 여백연,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그게 말이야-" 성신우는 말하다가 중요한 순간에 바로 멈추었다. "그러다가?" "이제부터는 돈을 지급해야 해, 누렁아, 돈 지급해야지." 황자욱은 할 말을 잃었다. 결국 여백연이 자신의 입장에서 대충 말해주었다. 여백연은 말하기 싫어하는 것뿐이었지, 언어 조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많은 사람들보다 조리 정연하게 말했다. "오해 때문이라고?" 황자욱은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고 설렜는데 성신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여백연, 너 포인트를 말 안 했잖아. 중요한 건 내가 잘 생겨서잖아." 황자욱은 눈을 흘겼다. "신우야, 내 앞에서 네가 잘생겼다고 하는 건 봐줄 수 있어, 하지만 어딜 감히 여백연 앞에서 자랑질이야?" "누렁아, 내가 전에 성에 갔잖아. 그때 마침 춘희로에서 정우성이 사인회 하는 거야, 내가 다가갔더니 먼저 나한테 말 걸었거든? 뭐라고 했는지 알아?" "응? 뭐라고 했는데?" "인성아, 너도 있었네." 성신우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황자욱은 얼굴을 부들거렸고 여백연은 입을 막고 웃더니 한참 웃고 나서 물었다. "성신우, 너 친구 사귀는 조건이 있어?" "당연하지." 성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예쁘게 생겨야지." 그는 먼저 여백연을 보았다. "너처럼 예쁘게 생겼거나." 그러고는 황자욱을 쳐다보았다. "누렁이처럼-" 황자욱은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신우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드디어 내 외모 인정하는 거야?" "말 끝까지 들어." 성신우는 눈을 흘겼다. "여백연은 예쁘게 생겼고, 넌- 웃기게 생겼어." "너 이 자식!" 황자욱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솥 가마만 한 주먹을 들고 성신우를 쫓기 시작했다. 여백연은 장난치는 두 사람을 보며 눈을 반달처럼 떴고 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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