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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하연수는 점심에 식당에 밥 먹으러 가지 않았다. 그녀는 집안이 좋았지만 여백연 정도는 아니었고 매일 가정부가 밥을 가져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녀는 학교 앞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걸 좋아했다. 식당에 가면 학교 식당 이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교실로 돌아온 그녀는 아까 성신우와 여백연이 같이 식당에 가서 밥 먹은 줄 몰랐다. 하지만 그녀의 절친 유문하는 알고 있었다. 유문하가 아까 성신우의 뒤쪽 테이블에 앉았기에 여백연이 성신우의 식판에 있던 닭 날개를 먹는 모습을 아주 똑똑히 보았다. '대체 어느 정도 친한 사이이기에 서로 식판에 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거야?' 유문하는 그 모습을 보고 멍해졌다. '그래서 성신우가 하연수를 안 쫓아다니는 거야? 더 좋은 여자를 만나서?' 그녀는 계속 하연수의 미모가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했고 연예계에 진출해도 전혀 손색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일 고등학교의 여백연과 비교하면 정말 비교가 안 되었다. 그 차이는 마치 공부의 신과 공부 잘하는 학생의 차이 같았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95점을 맞을 수 있은 건, 그의 실력이었지만 공부의 신이 100점을 맞은 건 만점이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일을 하연수한테 말할지말지 고민이었다. 아직 생각하고 있는데 주지훈이 다가와 안쓰러워하며 말했다. "연수야, 화내지 마, 내가 아까 너 대신 성신우 혼냈어. 그 자식 아주 찌질하더라고, 내가 반장이고 우수 학생이라고 하니까 아주 울 뻔했어..." 하연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주지훈, 너 정말 성신우 혼냈어?" 주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컥, 때린 건 아니고 그냥 말로 혼냈어. 자기 잘못 알게 하려고." 하연수는 낯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나랑 성신우 사이 일이야, 너랑 뭔 상관이야, 네가 뭔데 성신우 혼내?" 주지훈은 얼굴이 새빨개 났다. "연수야... 난...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야." 하연수의 갸름한 얼굴이 점점 더 싸늘하게 변했다. "주지훈, 네 관심 필요 없어, 네가 이럴수록 점점 더 싫어!" 주지훈은 할 말을 잃고 풀이 죽어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가고 나서 유문하가 나지막하게 물었다. "연수야, 너 사실... 신성우 신경 쓰이는 거지?" "아니거든-" 하연수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비어 있는 성신우의 자리를 힐끗 보았다. "너 참-" 유문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 그런 거면 먼저 화해하자고 해." "싫어!" 하연수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와 성신우가 싸운 적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거의 그녀가 시비를 건 거였지만 매번 성신우가 먼저 그녀를 달랬었다. 유문하는 오만에 찬 하연수를 보며 자세히 생각하더니 결국 점심에 식당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 그로부터 며칠 동안, 성신우는 매일 여백연과 함께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 여백연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도도한 얼굴이었고 여전히 얼음 미인이었지만 성신우와 함께 할 때면 갸름한 얼굴에 미묘한 표정들이 생기는데 그 모습에 많은 순정적인 소년들이 넋이 나가버렸다. 여백연은 정말 여백연이었다. 손짓 하나, 미소 하나가 모두 풍경 같았다. 며칠 동안 성신우는 원수가 많아졌고 순정 소년들은 사탄의 모임을 만들어 그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원망했다.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3학년 6반의 성신우라는 자식이 너무 잘생긴 것도 아니고, 성적도 평범해서 겨우 명문대에 갈 듯 말 듯 한 성적이었는데 대체 왜 여백연의 마음에 든 걸까? "혹시... 여백연이랑 성신우, 정말 사귀는 거 아니야?" "거의 확실하지, 3년 동안 여백연이 웃는 걸 본 사람 있어? 성신우한테만 웃는 것도 모자라 먹을 것까지 먹여줬잖아!" "그만해- 너무 마음 아프잖아!" 이런 대화는 식당의 여러 곳에서 들렸다. 결국 성신우와 여백연이 연애한다는 소문이 서서히 학교에 퍼졌고 결국 선생님들의 귀에까지 들렸다. 3학년 1반 담임 선생님 손미윤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믿지 않았고 심지어 아주 황당한 느낌이 들었다. '여백연이 연애를 한다고?' '그것도 6반의 그 평범한 성신우라는 남자애랑?' '이건 정말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하지만 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이 일은 결국 손미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소문이 그냥 생길 리가 없었다. 이제 한 달 정도 있으면 수능인데 만약 여백연이 이 일 때문에 공부에 영향이 생겨 SKY에 합격 못 하면 학교에도, 여백연한테도 아주 큰 손해였다. 고민을 하다가 손미윤은 결국 황여민을 찾아가 먼저 다른 얘기를 하다가 농담하듯이 이 말을 꺼냈다. 그녀는 당연히 여백연한테 뭐라 하지 않을 것이었기에 황여민한테 가서 성신우를 경고하라고 했다. 황여민은 국어 선생님이었기에 당연히 손미윤의 말뜻을 알아챘다. 그 말뜻은 결국- 성신우한테 가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도 보지 말라고 전하라는 뜻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자기 반에서 제일 훌륭한 여백연을 망치지 말라는 뜻이었다. 황여민은 아주 어이없었다. '제대로 된 일도 아닌데 왜 이러는 거야?' '그냥 밥 먹은 것뿐인데, 연애랑 너무 거리 먼 거 아니냐고.' 다른 건 몰라도 여백연은 확실히 SKY에 갈 실력이 있는 학생이었기에 황여민은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결국 손미윤의 말에 동의하고 성신우랑 얘기하려고 했다. 그녀가 동의하지 않으면 손미윤의 성격에 학교 임원을 찾아갈 것이고 이 일은 더 처리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금요일 저녁 밤 자습 시간에, 황여민은 학습 위원한테 말해서 성신우를 사무실로 불렀다. 사무실에 들어간 성신우는 황여민한테 말했다. "선생님, 저 찾으셨어요?" 황여민은 바로 말하지 않고 계속 시험지를 매기며 성신우를 옆에 그냥 두었다. 겨우 시험지를 다 매기자 그녀는 텀블러를 열어 안에 있는 국화차를 한 모금 마셨다. 모든 행동을 다 하고서야 황여민은 다시 성신우를 쳐다보았다. 전생의 성신우였다면 황여민의 행동에 놀라 자빠졌을지 모른다. 황여민이 건강을 잘 챙길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아주 잘 다스렸다. 성신우는 황여민이 왜 자기를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여백연은 그냥 친구일 뿐이고 아무런 선 넘은 행동을 한 적이 없었다. 아주 당당했다. "성신우, 요즘 열심히 공부하더라? 그걸 선생님이 다 보고 있었어-" 황여민은 말하면서 한숨 쉬었다. "너 이 자식, 학교 입학했을 때 성적이 반에서 두 번째였어, 그 실력대로라면 SKY는 문제없어, 하지만 네가 3년 동안 공부에 전념하지 않아서 지금 이렇게 성적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거야..." 성신우는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이제 정신 차렸잖아요. 두고 보세요, 제가 수능 높은 점수 맞아서 선생님 체면 살려줄게요." "내 체면 살리는 건 둘째고, 중요한 건 너한테 미안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야." 황여민은 말하면서 겨우 본론에 들어갔고 말투도 진지해졌다. "성신우, 내가 요즘 너랑 1반의 모범생 여백연의 소문을 들었어." 성신우는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요즘 여백연이랑 가까이 지내는 건 맞지만 우린 순수한 친구예요." 황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믿어, 여백연이 눈이 멀지 않고서야..." 성신우는 할 말을 잃었다. "중요한 건, 1반의 손 선생님이 믿지 않는다는 거야. 굳이 날 찾아와서 너한테 잘 말하라고 했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신우야, 넌 똑똑한 아이니까 선생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알죠, 소문이 무섭죠. 선생님, 걱정 마세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어요." "그럼 어떻게 할 건데? 말해 봐, 그래야 나도 손 선생님한테 잘 말하지." 성신우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진지하게 말했다. "선생님, 제가 여백연한테 경고할게요." "우린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공부에 전념하고 쓸데없는 생각 말라고, 절대 내 미모에 반해서 수능에 영향 주지 말라고 말할게요." 황여민은 어이가 없었고 아주 어리둥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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