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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아들,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땀범벅이 다 됐네..." 성신우가 집에 돌아오자 엄마 원상화가 탓하는 듯한 말투와 관심이 섞인 말투로 그를 바라보았다. 성신우는 답하지 않았고 열 살은 더 젊어 보이는 엄마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원상화한테 아들은 겨우 2미터 떨어져 있었지만 성신우한테 엄마는 시공간을 초월한 것이었고 죽음을 넘나들어 만난 사람이었다. "엄마-" "이 녀석, 오늘 왜 이상한 것 같지?" 원상화는 성신우를 혼내려고 했었는데 지금 이 순간 왜인지 안쓰러워 그럴 수 없었다. 성신우 아빠는 소파에 누워 담배 피우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여보, 애가 다 컸잖아, 분명 하고 싶은 일이 있겠지, 너무 신경 쓰지 마." "알겠네, 알겠어. 신경 안 써, 아들이 내가 잔소리한다고 하겠네. 성건국, 담배 끊어, 우리 아들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성건국은 헤헤 웃으며 얼른 담배를 꺼버렸다. 성신우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가족이 행복하게 얘기 나누고 서로 웃고 떠드는 간단한 행복이, 전생의 성공을 이룬 그한테는 아주 사치였다. 원상화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들,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울었어? 무슨 일 있었어?" 성신우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아니야, 담배 연기 때문에 그런 거야, 엄마, 아빠한테 담배 끊으라고 해, 냄새가 너무 심해서 내가 복습하는 데 영향 있어." 성건국은 중얼거렸다. "복습에 영향 돼? 전에 모의시험 봤을 때 별로 성적 좋지도 않았잖아, 명문대 점수선도 안 될 것 같았어!" 원상화가 말했다. "아들한테 뭐라고 하지 마, 그냥 잘 보지 못했던 거야, 잘 보면 수능에서 명문대 문제없어!" 성건국이 말했다. "우리 아들이 명문대가 아니라 일반 대학에라도 가면 내가 아주 부처님 봉양할 거야!" "나 책 보러 방에 갈게." 성신우는 부모님이 투닥거리는 걸 보며 너무 기뻐 울 것 같아 얼른 핑계를 대고 방으로 들어갔다. 낯설고도 익숙한 방이었다. 색이 바랜 책상 위에 책들이 가득했는데 제일 눈에 띄는 건 두터운 <대학 입시 문제집>이었고 책상에는 드래곤볼 벽지가 붙어 있었다. 감정을 거두고 성신우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시스템, 등록해?" "귀요미, 클릭할까?" 그래, 등록 안 해도 상관없어. 그처럼 자수성가한 사람한테 외부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었다. 환생은 워낙 제일 큰 복리였다. 성신우는 돈을 아주 많이 벌고 싶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먼저 수능 시험이라는 제일 중요한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지 않고 성건국과 원상화한테 가서 공부 안 하고 새로운 시대의 추세에 따라 돈만 많이 벌 거라고 하면 두 사람이 그를 죽여버릴 것이었다. 성신우는 사실 대학교 시절이 아주 그리웠다. 전생에 그는 하연수한테만 목매어 있었기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을 놓쳤는지 모른다. 다시 한번 생긴 기회이기에 성신우는 자기한테 아무런 아쉬움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수능 시험이라, 전생에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이었지?] 성신우는 회상해 보았다. 전생에 그는 겨우 명문대 점수선을 넘었지만 결국 평범한 지방대로 갔다. 성적이 나오고 나서 원상화와 성건국, 그리고 담임 선생님도 모두 정말 아쉽다며 고개를 저었다. 성신우의 고등학교 입학 성적이 반에서 2등이었기에 도리대로라면 명문대 자질이 충분했다. 반에 많은 학생들이 그를 놀렸었다. -여자애 때문에 자기 미래를 망치다니, 정말 멍청하네? 더 멍청한 건, 사귀지도 못했다는 거야. 고등학교 3년 동안, 성신우는 하연수한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그는 하늘이 그한테 주신 꽤 뛰어난 공부 재능을 낭비했다. 대학교 3학년 때에, 하연수가 돈 많고 잘생긴 남자 친구를 만나고서야 성신우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대학원 시험을 보았다. 뛰어난 독한 노력으로 그는 바로 지방대에서 명문대인 천우대에 입학했고 모교의 자원을 통해 창업에 성공했고 프루트 테크놀로지를 세웠다. [천우대에 입학하면 좋겠네.] 성신우는 생각하면서 달력을 보았다. 2009년 9월 30일, 수능 시험이 40일만 남았다. [명문대는 무슨,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을 완전히 다 까먹었는데, 지방대도 어림없겠어...] 성신우는 땀을 닦았고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대학 입시 문제집>을 들고 수학 시험지를 찾아 억지로 보았다.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대응하는 지식점이 서서히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선택제는 집합에 대한 문제였다. 문제를 읽자마자 바로 머리에 답이 떠올랐다. 두 번째 문제를 보니 삼각함수였는데 첫 번째 문제보다는 어려웠지만 2초간 생각했더니 쉽게 풀렸다. "어떻게 된 거야?" 계속 문제를 풀어 나갔다- 성신우는 점점 알아챘다. 환생은 사실 36살의 자신이 18살의 자신을 대체한 게 아니라 두 영혼이 겹쳤다는 걸 말이다. 아마 겹치고 난 좋은 점일까? 대학교 시절의 지식까지 어렴풋이 떠올랐다. "아하, 내가 완전 대단한 거였네!" 성신우는 심장박동이 빨라진 것 같았다. 그는 원래 수학을 잘했지만 지금 머리에 대학교 시절의 지식까지 생겼으니 고등학교 문제를 보면 아주 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생에 그가 제일 골치 아파했던 영어- 고등학교 영어 어휘량이 겨우 몇 개야? 그가 전에 대학원 시험 보기 위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기에 대충 시험 기능만 익히면 대충 쳐도 86점은 문제없을 것이었다. 수학과 영어만 해도 전생보다 30점은 더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과는- 수학능력이 좋아졌으니 아마 십몇 점은 더 맞을 것 같았다. 국어는 전생처럼 급제만 해도 괜찮았다. 아니다- 그는 수능 시험 작문 제목을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원래 20점 맞던 작문을 30점까지 올릴 수 있으니 10점 정도가 더 많아진 것이다! 대충 계산해 봐도 전생보다 60점은 더 많이 맞을 수 있다는 거네? 이렇게 많이 맞으면 아마 SKY도 도전해 볼만했다! "아하, 나 아주 인생 바뀌겠네." 인강시는 용성의 관할시였기에 교육 수준이 당연히 큰 도시보다 못했고 매년 겨우 SKY에 갈 만한 선수가 두셋밖에 없었다. SKY에 갈만한 점수선이면 시에 있는 대기업들이 모두 2천만 원 정도 상으로 주었다- 2009년이면 그건 작은 돈이 아니었다. 성신우는 SKY의 선만 넘으면 창업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책 속에 황금이 있다는 말이 진짜였다. 한 시간 반 만에 성신우는 수학 시험지를 모두 풀었고 답을 검사해 보았는데 거의 맞았고 마지막 시험지의 풀이 순서에만 조금 문제가 있었다. "98점!" 점수를 매겨 본 성신우는 깜짝 놀랐다. 그가 한 시험지는 모의 시험지였다. 그 말은 수능 시험 볼 때 적어도 93점 이상은 문제없다는 거였다. '좋았어, 이게 대단한 실력을 갖춘 자의 흐뭇함이군.' "똑똑." 원상화는 노크하고 들어와 성신우한테 흰목이 버섯 죽을 주고는 잊지 않고 당부했다. "아들, 너무 늦게까지 공부하지 말고 얼른 자." "알겠어." 성신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책을 닫았다. 전생의 성신우였다면 분명 원상화의 잔소리가 싫었을 텐데 지금의 그는 그저 행복했다. 죽을 마시고 나서 성신우는 서랍에서 슬라이드폰을 꺼냈다. 노키아 5200, 심비안의 S40 운영체제를 탑재한 휴대폰이었다- 성신우가 18살이 되던 해에 원상화와 성건국이 생일 선물로 준 거였고 그의 인생의 첫 휴대폰이었다. 사용법을 익히고 나서 성신우는 웹사이트 버전으로 메신저에 접속했다. 프로필 사진은 시스템에서 묵인했던 사진이었고 박사모를 쓰고 있는 소년이었다. "고집스러운 남자" 이름을 본 성신우는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았다. '고집스럽긴 무슨.' 성신우는 얼른 이름을 "성실한 신우"라고 고쳤다. 그러고는 기분에 쓴 글을 보았었다. "그녀를 사랑하는 건 내 일이다, 너와 무관하다." '이렇게 창피하다고?' 성신우는 정말 창피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다. 단호하게 삭제했는데 비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성신우는 아예 다른 말로 고쳐버렸다. "소년의 의지를 무시하지 마라, 그 의지가 1위를 만들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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