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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어떤 위인이 교육청에 전화해서 인강시 제일 고등학교에 방학에 마구 보충수업을 하는 상황이 있다고 제보했다. 학교에서 7일 동안 휴식했고 고등학교 3학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신우는 어젯밤에 아주 편안히 쉬었고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는 집에서 복습하지 않았다. 딸랑이 자전거를 타고 몇km 밖에 있는 공립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다. 그건 그가 전생에 대학원 시험을 볼 때 생긴 습관이었고 그는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다. 젊어서 참 좋네. 자전거가 낡긴 했지만 성신우는 그걸 신으로 생각했고 서서 탔기에 십몇 분도 안 돼서 바로 도서관에 도착했다. 얼굴도 안 빨갰고 숨도 차지 않았다. 이 몸으로 현장 뛰면 집 몇 채는 나올 것 같았다. 열람구역에 도착한 성신우는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모두 가득했다. 거의 모두 그와 같은 생각이었기에 도서관에 복습하러 온 건 모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다. 그는 80년대 말 90년대 초반에 태어났는데 그때 매년 적어도 2500만 명이 태어났기에 노력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너무 늦은 건가?" 성신우는 한참을 찾았지만 자리가 없어 돌아가려고 했는데 힐끗 보니 창가에 빈자리가 있는 걸 보았다. 보통은 도서관에서 창가 쪽이면 제일 먼저 자리가 비었기에 그 빈자리가 유난히 이상해 보였다. 성신우는 바로 그 이유를 알아챘다. 빈자리 맞은편에 긴 생머리를 한 소녀가 앉아 있었는데 예쁘게 생긴 것도 모자라 아주 도도하고 맑은 기질을 뿜어냈다. 하연수도 충분히 예뻤지만 이 소녀와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담담해졌네, 정말 담담해졌어.' 후줄근한 겉옷을 입었지만 그녀의 몸매를 감추진 못했다. 너무 약하지도 너무 풍만하지도 않았기에 아주 완벽한 몸매였다. 반칙일 정도로 예쁜 갸름한 얼굴이 햇빛에 비추자 새하얀 빛을 발했다. 이 정도의 미녀는 자신만의 아우라를 뿜어냈다. 전생의 성신우라면 분명 다른 학생들처럼 감히 그녀의 앞에 앉지 못했을 것이다. 기껏해야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녀의 앞을 지나치고는 힐끗 보는 정도였을 것이다. 만약 그 순간에 상대가 발견하기라도 하면 심박수가 120까지 치솟을 것이고 바로 얼굴이 새빨개질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는 바로 소녀의 앞에 가서 습관적으로 앞에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소녀는 성신우가 자기한테 말 걸자 놀라서 그를 힐끗 보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설마 벙어리인가?] 성신우는 아예 앉아버렸다. 사람 있으면 다시 가면 되는 거였다. 문제를 풀면서 심심하면 성신우는 가끔 머리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도도한 소녀를 보곤 했는데 정말 예뻤다. 옛날 사람들은 모두 "책 속에 보물이 있다"고 했지만 성신우는 오늘 책에서 찾을 필요가 없이 보물이 바로 그의 앞에 앉아 있었다. 십여 분이 지난 뒤, 성신우가 자신을 세 번째로 보자 소녀는 책을 들고 너무도 예쁜 자신의 눈을 가렸다. 그 행동에 성신우는 소녀가 무슨 책을 보고 있었는지 알았다. <백만 번 산 고양이>라는 삽화판 어린이용 책이었다. 성신우는 그 책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생에 열 살 되는 조카한테 사주었는데 조카가 그걸 보고 나서는 진지하게 그한테 다시는 이런 유치한 책을 사지 말라고 했었다. 성신우는 그걸 가져다 보았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백만 번 죽었다가 또 백만 번 살아나서 아무것에도 관심 없었는데 어느 날 예쁜 하얀색 고양이를 만났다. 얼룩 고양이와 하얀색 고양이는 행복하게 살았고 하얀색 고양이가 죽고 나서 얼룩 고양이가 속상해서 죽었는데- 이번에 얼룩 고양이는 더는 살아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10살 되는 여자애한테 유치했지만 그해 서른 살 되던 성신우한테는 딱 맞았다. 성신우는 몰래 웃었다. 소녀는 도도한 얼굴에 동심이 가득한 것 같았다. 소녀가 책으로 얼굴을 가렸기에 성신우도 당연히 그녀를 더 보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이과 시험지를 풀고 나서 답을 맞추며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먹으려 했다. 흔한 브랜드가 아니었고 "곰돌이 과자"라는 브랜드였는데 맛이 이상해서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성신우는 아주 좋아했기에 너무 기뻐했는데 183cm 되는 아이 같았다. 그가 손가락으로 과자를 집으려고 했는데 차가운 촉감이 닿았다. 그건 다른 두 손가락이었다. 맞은편에 있던 동심에 찬 도도한 소녀가 그의 과자를 훔쳐 먹고 있는 거였다! 사실 훔친 게 아니라 그냥 먹는 거였다. 성신우는 조금 화가 났다. 예쁘게 생기면 과자 훔쳐도 돼? 그는 눈을 흘겼다. 소녀는 그를 완전히 무시하고는 오히려 더 빨리 과자를 가져갔다. 잘근잘근 씹으면서 향을 풍겼다. 성신우도 재빨리 속도를 올렸다. 고작 한 봉지인데 소녀가 다 먹으면 그는 먹을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은 이상한 배틀을 시작했다. 그가 하나 가지고 소녀가 하나 가지고 그렇게 서로 가졌다. 성신우와 그녀는 서로 잘근잘근 씹었기에 얼마 안 지나 바로 하나만 남았다. 성신우가 먼저 가지자 소녀는 불만에 차서 코로 씩씩거렸다. "자." 성신우는 한심해서 과자를 두 동강 내서 그녀한테 한쪽을 가져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소녀는 모두 가져가고 세게 씹었는데 마치 이겼다고 자랑하는 것 같았다. 성신우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사람이 저래?] 소녀는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다. 너무 빨리 먹어서 걸린 거였다. 성신우는 고개를 저었고 가방에서 뚜껑을 따지 않은 물을 꺼내 열어서 소녀한테 주었다. 소녀가 손을 내밀어 마시려고 하는데 성신우가 다시 가져와 자기가 꿀꺽꿀꺽 신나게 마셨다. 반쯤 다 마시고 나서 만족해서 탄식했다. "아- 역시 물이 달아!" 소녀는 성신우를 노려보았다. 성신우는 웃으며 물건들을 가방에 넣고 신나게 콧노래 부르며 떠나갔다. 소녀는 더 심하게 기침했다. 성신우가 가서 겨우 기침을 멈춘 여백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사람을 욕할 줄 몰라서 그렇지, 안 그랬으면 조금 전에 제대로 욕했을 것이었다. '내 과자를 훔쳐 먹은 것도 모자라 감히 날 농락해?; 더는 책을 볼 기분이 없어진 그녀는 얼른 물건을 거두고 가방에 넣으려 했다. 가방 지퍼를 연 여백연은 멈칫했다. 가방 안에 완전한, 개봉되지 않은 "곰돌이 과자"가 있었다. "내가... 훔쳐먹고 있었던 거야?" 소녀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 이튿날 아침 일찍, 여백연은 도서관에 도착했고 성신우가 어제 자리에 앉은 걸 보고 조용히 숨을 쉬고는 묵묵히 그의 앞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어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성신우가 영어 시험지를 다 하고 가방에서 군것질을 꺼내 에너지를 보충하려고 할 때, 여백연은 눈을 반짝이더니 가방에서 쿠키를 꺼내 성신우 앞으로 밀었지만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 정말 벙어리였어?] 성신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어제 내 과자 먹은 보상이야?" 여백연은 얼굴이 빨개졌고 빨간 입술이 움찔거렸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성신우는 더욱더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다. "네가 말 못 하는 걸 알았어, 맞으면 고개 끄덕이고 아니면 고개 저어 봐." 여백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벙어리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래, 말 안 하면 되는 거지.] 성신우는 쿠키를 들도 우걱우걱 먹었다. 여백연은 이렇게 못생기게 먹는 모습을 처음 봤는지 맑은 눈에 의아함이 가득했다. 성신우는 바로 쿠키를 모두 먹어버렸다. 선물을 받았는데 입을 닦는 건 아니라고 생각된 그는 가방에서 매운 쫀드기를 꺼내 벙어리 소녀한테 먹을 거냐고 물었다. 여백연의 맑은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설마 이런 것도 못 먹어본 거야? 날 믿어, 정말 맛있어." 성신우는 하나 꺼내 자기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성신우가 너무 맛있게 먹은 탓인지 여백연은 드디어 용기를 내고 조심스럽게 하나를 꺼내 가볍게 베어 물고는 미간을 찌푸렸지만 바로 또 풀렸다 삼키고 나서 그녀는 너무 매워서 혀를 내밀며 습습하며 숨을 쉬었다. 성신우는 무시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너 가짜 천우 사람이지? 이 정도 매운 것도 못 먹다니..." 여백연은 그 말에 자극받고 입술을 오므리고 용기 내어 한입 크게 베어 물고 삼켰는데 습습 소리가 더 커졌다. 원래 도도했던 눈에 불쾌함이 보였고 눈을 게슴츠레 떴는데 마치 두 반달 같았다. ... 7일의 휴일이 마지막 하루만 남았다. 성신우는 매일 도서관에서 문제 풀었고 여백연도 매일 왔었다. 두 사람의 유일한 교류 방법은 서로한테 군것질을 주는 것이었다. 서로 주다 보니 사이가 좋아졌다. 성신우는 여백연을 벙어리 취급했고 서로 지내면서 성신우가 말하고 여백연은 고개를 젓거나 흔들었다. 여백연은 성신우한테 자신이 벙어리가 아니라는 걸 해명하지 않았다. 그녀한테는 말을 안 하는 게 더 좋았다. 성신우는 원래 얘기를 나누는 걸 좋아했고 게다가 환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아주 많았다. 며칠 동안 그는 여백연과 많은 말을 했는데 거의 그가 어릴 적 창피를 당한 일들이었다. 그리고 일부는 그가 전생에 겪었던 일들이었다. 물론 모두 "내 친구가 말이야"로 시작되었다. 여백연은 정말 완벽한 경청자였다. 성신우가 뭐라고 말해도 그녀의 눈빛에서 존경을 읽을 수 있었다. 아마 그녀가 보기엔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외모며, 몸매며, 아우라까지 모두 완벽한 소녀가 머리를 괴고 눈을 반짝이며 마치 그가 자신의 유일한 빛인 것처럼 바라보는데 오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성신우는 오만해졌다. 하지만 사람으로 두 번의 생을 살았기에 그는 오만함을 티 내지 않았다. 휴가 마지막 날, 성신우가 문제를 풀고 나서, 두 사람이 군것질을 공유하고 나서 여백연은 머리를 괴고 기대에 차서 성신우를 쳐다보았다. 또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성 아저씨의 이야기 타임이었다. 성신우는 눈썹을 들썩였다. "오늘은 이야기 말고 내가 문제 내줄게." 여백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너 아동 독서 좋아하잖아, 물어볼 게 있어, 빨간 망토 걔 가슴 커?" 여백연은 어리둥절해 났고 성신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크고 아니고 할 문제가 아니야, 아예 없거든." 여백연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가득했고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성신우가 음흉하게 웃었다. "더 생각해 봐..." 여백연은 멈칫했고 반응하고 나서 얼굴이 새빨개 나더니 바로 새하얀 귓불까지 빨개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성신우를 흘겨보고는 얇은 입술로 세 글자 내뱉었다. "양아치." 이번엔 성신우가 어리둥절해 났다. "너... 벙어리 아니었어?" 여백연은 웃어 보였고 맑은 눈에는 협박과 쑥스러움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이번 달에 제일 많이 말했던 말을 했다. "3학년 6반 성신우 학생, 난 3학년 1반 여백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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