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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성신우는 자기가 18살에 죽었는데 시간을 너무 끌어 36살에 묻힌 줄 알았다. 시체가 로비를 떠났고 그는 공중에 떠 자기 시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앞에는 그를 배웅하러 온 사람이 몇백 명이 있었고 검은 옷들을 입고 있었는데 현장이 모두 거맸다. 사회자는 목소리를 낮추고 추도사를 읽었다. "성신우 선생님, 36세, 어릴 적부터 어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며 친구들과 단결하고 노동도 사랑했습니다. 평균 매일 할머니를 모시고 길을 건넜고..." "25살에 프루트 테크놀로지를 성립했고, 30살에 호윤 재벌 순위 100에 들어섰습니다... 그는 진정한 천재였고 청년 기업가들의 으뜸이었고 사회의 기둥이었습니다..." "성신우 선생님의 죽음은 마치 초봄의 꽃이 시드는 것과 같고 정오의 일식 같으며 현장에 계시는 모든 가족과 친구들의 마음에 커다란 아픔입니다, 정말, 너무 아파요..." 길고도 구린 추도사가 끝나고 드디어 고별식 차례가 되었다. "신우야, 이제 겨우 인생의 반을 살았는데 먼저 가면 어떡해? 네가 너무 눈부시게 살아서 하늘이 못 봐주겠대? 차라리 잘 됐어, 이렇게 가면 그래도 영원히 젊잖아." "형, 형은 진짜 천재였어, 경영도 잘하고 사업도 잘하고 아무도 형을 못 이겨, 형이 날 많이 가르쳐줬어..." "라이벌로는 정말 미웠어... 하지만 이제부터 세상에 네가 없다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적적한 거야?" "성신우 선생님, 그날 밤 기억해요? 나랑 고흐의 별에 관해 얘기 나눴고 플라톤의 이상국에 관해 얘기 나눴잖아요. 선생님은 생명이 아주 넓고 허망하다고 했어요, 내가 약 먹자고 했는데, 선생님이 드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효과가 아직 안 된 거라고..." 성신우는 그렇게 자기 시체야 고별하는 사람들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일생의 친구, 회사 고위층, 사업의 라이벌, 심지어는 초대하지도 않은, 그와 몇 번 본 적 있는 여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은 없었다. 부모님은 2년 전에 돌아갔고 그의 유언에 따라 장례식은 마을 사람들한테는 알리지 않았다. 그의 돈을 뜯어내고 싶어 하는 친척들 말이야 그리고 애인은- 학창 시절 때 진심으로 좋아했던 여자애가 있었지만 그를 7년이나 갖고 놀았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제일 아름다웠던 시절을 모두 그녀에게 낭비했었다. 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필 줄 알았지만 결국 기다린 건 그녀의 말 한마디였다. "성신우, 우린 안 맞아." 참 뼈 아픈 말이었다. 그 말을 했을 때 그녀는 돈 많고 잘생긴 남자의 손을 잡고 있었고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다정함과 애교는 성신우가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 시대는 아주 단순했다. 나중에 인터넷이 발달하고 그제야 성신우는 그녀가 가식덩어리라는 걸 알았다. 다행히 사랑의 아픔을 겪고도 성신우는 퇴폐해지지 않았다. 열심히 돈 벌었고 십여 년이 지나 몸값이 아주 비싸졌다. 연애도 여러 번 했지만 모두 좋은 결과가 없었다. 절대적인 이유는- 그가 사랑에 미쳐 있었던 그 7년 때문에 그가 철저히 사랑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빛이 강하게 비치는 문이 열렸고 커다란 흡입력이 생겼다. 강하게 당기는 힘에 성신우는 점점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는 누군가 울고 있고, 누군가 한탄하고 있고, 애락이 섞인 우울한 소리가 가까워지다가 멀어지고, 또 선명하다가 흐릿해지는 걸 들었다. 성신우는 자기 인생이 이 성대하지만 썰렁한 장례식을 끝으로 막을 내릴 거라는 걸 깨달았다. 사랑 따위는 원래 인간 세상의 색깔이 아니었다, 인생은 그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자연의 얼굴이었다. "다시 한번 기회가 생긴다면 난 어떤 인생을 살까?" 그런 희망을 품고 그는 고민도 없이 그 빛이 비치는 문을 열었다. ... 문이 열렸다. 눈앞에 있는 젊은 남녀 열댓 명을 본 성신우는 깜짝 놀랐다. 시선도 점점 또렷해졌다. 룸의 인테리어는 적어도 15년 전의 구식 인테리어였다. 안에는 소년과 소녀가 있었는데 유난히 낯이 익었다. 성신우는 더 멍해졌다. "하하, 내가 성신우 꼭 온다고 했잖아!" "어머, 장미꽃 한 다발 안고 왔네, 반 달 치 용돈 다 썼겠네, 순애보야, 아주." "땀범벅 된 것 봐, 설마 뛰어온 거야? 정말 강아지 같네!" "같은 게 아니라 원래 퀸카의 개잖아!" 룸에 있는 소년 소녀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비웃는 소리가 계속 전해졌다. 제일 빛나는 소녀가 성신우 앞에 다가오더니 서서히 입을 열었다. "성신우, 내가 일부러 너 놀리려는 게 아니었어. 애들이랑 진실 or 모험 게임을 했는데 운이 안 좋아서 졌어. 그래서 널 불러와서 나한테 고백하라고 했거든, 네가 안 오면 내가 맥주 한 병 마셔야 해."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하는데, 내가 술 먹는 거 바라지 않겠지?" 목소리가 나른한 게 아주 듣기 좋았다. 도도하고 갸름한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는데 정말 진실돼 보였고 불쌍해 보였다. 성신우는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지금 자기와 말하고 있는 여자애는 열일곱, 열여덟쯤 되었는데 아주 늘씬하고 예뻤다. 코가 오뚝하고 입술이 새빨갛고 눈도 아주 크고 반짝였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오래 묻혀 있었던 기억과 지금 기억이 공명이 생겼다. 그녀는 하연수이고 반에서 제일 예쁜 여자애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성신우는 그녀를 7년이나 쫓아다녔고 7년이나 거절당했었다. 가끔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하연수는 그녀가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장난을 치곤 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다시 태어난 거네, 18살 때 처음 하연수한테 고백했던 날로 돌아온 거야, 내가 학교에서 큰 창피 당하던 그날?" 성신우는 아주 잘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비록 환생이라는 건 아주 황당한 일이었지만 그는 지금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꿈에는 이렇게 선명한 색깔도 또렷한 느낌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하연수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향기까지 맡을 수 있었다. "성신우, 왜 말이 없어? 내가 사과했잖아, 설마 정말 화내는 거야?" 하연수는 이어 말했고 말투에는 불만이 조금 섞였지만 표정은 더 절절했다. 그녀는 성신우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이젠 성신우가 자기를 달랠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18살의 성신우였다면 분명 그녀의 뜻대로 했을 것이다. 사랑받는 사람은 항상 겁이 없는 편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성신우는 지금 36살의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날 이렇게 먼 곳까지 부르고, 꽃까지 사 오라고 한 이유가 이딴 빌어먹을 진실 or 모험 게임을 놀기 위해서라고?" 성신우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는데 마치 AI 합성인 것 같았다. 하연수의 맑은 동공에 드디어 당황함이 일렀다. [설마... 나 오늘 정말 지나친 건가?] [하지만 내가 날 좋아하는 다른 남자들 말고 널 놀렸는데, 영광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해도 나한테 화내면 안 되지!] 순간, 하연수는 미안한 느낌이 들었지만 바로 억울함으로 그 감정을 대체해 버렸다. "성신우, 네가 감히 그딴 말투로 나한테 말해?" 그녀는 성신우가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듯 턱을 쳐들고 오만에 차서 말했다. 성신우가 비웃음과 씁쓸함이 담긴 웃음을 지었다. 소년 시대의 콩깍지가 벗기자 하연수가 그냥 예쁘게 생긴 재수 없는 여자라는 생각에 비웃었다. 전에 자신이 이렇게 한심하고 비굴했다는 생각에 씁쓸한 거였다. "하연수, 고마워, 네가 날 다시 알게 했어. 전에 나는 정말 순금보다 더 순금일 수 없는 멍청이였어." 성신우는 웃으며 말하고는 머리를 돌려 떠났다. 그 모습에 룸에서 비웃는 얼굴을 하고 있던 소년 소녀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이게 우리가 알던 성신우 맞아?' 하연수는 발을 세게 굴렀다. "거기 서!" "너... 너 감히 이 문 나가면, 나... 네 메신저 지울 거야!" 이미 룸 문 어구까지 갔던 성신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그때 자기가 겨우 하연수의 메신저를 추가하고는 좋아서 난리 치다가 침대를 무너뜨려서 엄마한테 된통 맞았던 게 생각났다. 그게 소년의 사랑이었다. 진실되었고 비굴했고 멍청했고 또 순수했다. '황당했던 지난 생의 7년에 완벽한 정점을 지었다고 생각하자.' 성신우는 머리를 돌려 한심했던 지난 생의 자신의 첫사랑을 보았다. "하연수, 우리 그냥 몰랐던 사람으로 지내자." 그러고는 더 멈추지 않고 사람들의 놀란 눈빛 속에서 사라졌다. 하연수는 성신우의 익숙하고도 낯선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는데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연수야, 너 울어?" "성신우... 성신우가 나한테 이런 적 없었어." "허허, 난 성신우가 너 포기한다는 말 안 믿어, 두고 봐, 저러는 거 사흘 밖에 안 갈 거야. 심지어 내일 아침이면 뻔뻔하게 또 너한테 사과할 거야. 개는 배가 고프면 알아서 돌아오거든." 하연수는 생각에 잠기더니 확실히 그런 것 같아 다시 턱을 쳐들어 완벽한 턱선과 목선을 드러냈다. "흥, 성신우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내 체면 구겼는데, 나 절대 쉽게 용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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