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박민재의 초조한 시선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차는 조용히 별장 지역을 벗어나 북적이는 도심을 향해 달렸다. 차 안은 정적에 휩싸였고 강서우는 한참 지나서야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셋째 도련님께서 어떻게 하필 강씨 저택 앞을 지나게 된 거예요?” “지나가는 게 아니야.” 이세빈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지만 얼굴의 절반이 차량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었다. 다만 깊고 날카로운 눈빛만은 아주 뚜렷하게 보였다. “널 찾으러 온 거야.” “저를요? 무슨 일이 생긴 건가요?” 강서우는 눈썹을 살짝 올렸다. 혹시 이석민이 박민재에게 프로젝트를 넘기고 강씨 그룹와 협력한다는 소식이 이미 이세빈의 귀에 들어간 걸까? 동맹 관계인 그가 일부러 자신을 견제하려고 온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강서우의 눈빛도 조금 더 날카로워졌다. 그러나 이세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 계모가 직접 우리 집으로 전화를 걸어 네가 이씨 집안의 며느리가 된 후로 오만방자해졌다고 했어.” “그뿐만이 아니라 네 친아버지를 화병으로 병원에 실려 가게 만들었다며 패륜을 저질렀다고 고발하더라. 우리가 직접 너를 훈육해달라고 말이지.” 그 말에 강서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임유연과 강준하... 저 둘은 정말이지 끝도 없군.’ 본인들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니 이제는 이씨 집안를 이용해 억누르려는 건가? 하지만 이세빈은 정말로 이렇게 직접 와주었다. 강서우는 가만히 눈을 들어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러니까 도련님께서는 절 꾸짖으러 온 건가요?” 이세빈은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널 보고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 네가 이씨 저택에 한 번 다녀가길 바라고 계셔.” 이씨 집안의 통제자인 이재석이 명령을 내리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었다. 이세빈조차 예외는 아니었고 이씨 집안 며느리인 강서우 역시 거절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씨 집안도 보수적인 집안이지만 이씨 집안 또한 규율이 엄격한 곳이다. 과연 ‘불효’라는 죄목으로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