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강씨 저택을 떠나며 강서우는 도로변에 서서 택시를 부르려 했다.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박민재가 외투를 팔에 걸친 채 얇은 셔츠만 입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 아래 그의 실루엣이 또렷했다.
“내가 데려다줄게.”
그는 자연스럽게 옆머리를 쓸어 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예전처럼.
박민재는 한때 이렇게 뛰어와 강서우를 찾아왔었다.
그러나 지금, 강서우는 밤공기가 살짝 차다고 느낄 뿐이었다. 그녀는 다시 외투를 여미며 손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택시를 불렀다.
“필요 없어.”
강씨 저택은 외진 곳이라 택시 호출 앱을 계속 돌려도 차량이 잡히지 않았다.
박민재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슬며시 그녀에게 다가섰다.
그리고는 맞아서 시퍼렇게 멍든 팔을 드러내며 입술을 지그시 다물었다.
“서우야, 너희 집안 법도... 꽤 아프더라.”
“당연하지. 네 집안 법도도 아니면서 왜 그리 기를 쓰고 맞으러 들어갔어?”
강서우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자 박민재의 얼굴에 순간 씁쓸함이 드러났다.
예전이라면 자신이 조금만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약한 모습을 보이면 강서우는 늘 마음을 풀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왜 통하지 않는 거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그는 그녀의 택시 호출을 막으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벌어보려 했다.
“서우야, 내가 잘못했어.”
“어제 송아가 말했어. 자기가 복도에서 꽃가루를 미처 신경 쓰지 못한 탓이고 스스로 중심을 잃고 굴러떨어졌다고. 난 네가 그런 줄 알고 오해했어. 미안해.”
그 말에 강서우의 손이 순간 멈췄다.
박민재는 안도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서우는 역시 착해. 이렇게 쉽게 용서해 주는 걸 보니.’
그러나 그녀가 돌아보며 지은 표정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강서우는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유송아 씨가 하는 말이 성경이라도 돼? 그 여자가 뭐라 하면 다 믿고 따라야 해?”
“당당한 성인 남자가 판단력 하나 없이 그 큰 눈은 대체 뭐 하려고 달고 다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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