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강서우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이세빈이 직접 감싸준 붕대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넋이 나간 듯 시선을 붕대에 머물고 있던 그때, 실버라인의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이 대표님의 요청에 따라 이미 복도에 사각지대 없는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추가 인력을 배치해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고급 주거 단지의 관리소답게 말투는 정중했고 침착했다.
하지만 짧은 두 문장만으로도 상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느껴졌다.
말을 마친 후에도 그 사람은 이세빈더러 자신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하지는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강서우는 고개를 돌려 복도 끝에서 문석천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 중인 이세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세빈은 강서우가 치료받는 짧은 시간 동안 관리사무소에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들이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걸까?
한참을 조용히 듣고 있던 강서우가 짧게 대답했다.
“다시는 미친 것들이 옥상에 발도 못 들이게 해주세요.”
그 한마디를 남기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세빈이 돌아왔을 때, 강서우는 그에게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강서우의 옆에 앉았다.
익숙한 향수 사이로 약 냄새가 묻어 있었다.
“내일 밤에 있는 연회에 이씨 집안이 초청받았어. 친척들과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할 거야. 나는 네가 이씨 집안 안주인으로 동행하길 원해.”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정식으로 아내를 소개하는 건 이씨 집안 안주인 자리는 이미 정해졌다는 선언과 다름없었다.
이런 상류층 세계에서는 암묵적인 룰이나 다름없었다.
강서우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이 이세빈에게 진 빚도 있으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시간 맞춰 갈게요.”
그녀가 담담하게 대답하자 이세빈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연회 전까지는 집에서 충분히 쉬어. 문석천 씨가 드레스를 가져올 거야.”
굳이 다친 몸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 없다는 말 뒤에 이어질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강서우는 그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다시 실버라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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