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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만약 정말 이씨 집안의 재산이나 권세를 노렸다면 혼인신고 한 날부터 이미 움직였을 것이다.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성미연은 조금 이용해 볼 수도 있을 법했다. 강서우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성미연의 날 선 시선을 마주했다. “강성 그룹을 잘 모르시는 것 같네요. 저는 원래 구름시에서 지내다가 결혼하고 나서야 서경시로 왔어요. 그전까지 강성 그룹에는 강채윤만 아가씨 대접을 받았고, 석민 씨랑 엮인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제가 남편이랑 짜고 석민 씨한테 어떻게 해 볼 마음이 있었다면, 굳이 오늘 다른 약혼 상대를 물색하라고 말했을까요? 차라리 지금 당장 강채윤이랑 결혼하라고 들이밀었겠죠. 그게 이치에 맞으니까요.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강서우는 여기까지만 말하고 몸을 돌렸다. 정원에 나가 산책하며 소화라도 시킬 생각이었다. 성미연은 한참 그 자리에 서서 곰곰이 생각했다. 확실히 이세빈은 이재석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강서우도 요즘 집안에서 제법 총애받는 기색이다. 그들이 작정하고 이석민을 이용하려 했다면, 지금 바로 강채윤과 결혼시키자고 제안하는 게 훨씬 쉬웠을 터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강성 그룹 이것들 참 간도 크네. 감히 내 아들까지 노리는 거야?” 성미연은 이를 악물며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 강서우는 정원까지 가지 못하고 이석민에게 가로막혔다. ‘소화 좀 시키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방해하는 사람이 많아.’ 그녀는 슬쩍 눈을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볼일 있어요?” “그렇게 제가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애 낳고 살길 바라요?” 이석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한 걸음씩 다가섰다. 강서우가 무심한 얼굴을 하자, 그는 불만이 북받치는 듯했다. “제가 결혼해서 애까지 낳으면 집안의 권력이 곧 저한테 기울게 될 거예요. 그때는 어떻게 하려고요? 두렵지도 않아요?” “숙모라고 부르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말하네요. 속내 다 드러나게.” 강서우는 손바닥으로 그를 가볍게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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