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화
‘이 정도 실언이라면 세빈 씨도 신경 안 쓰겠지?’
강서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이세빈의 표정을 살폈다. 별다른 기색이 없자 마음이 한결 놓였다.
발표회가 끝나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그때 이세빈이 몸을 살짝 숙여 그녀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따가 본가에 들러야 해.”
“네.”
강서우는 하루 종일 비워 놓은 일정이었기에 바로 그를 따라나섰다.
두 사람이 복도를 지날 무렵 이석민이 불쑥 다가왔다.
“삼촌, 이제야 인사하네요. 발표하시느라 바쁘셔서 전혀 얼굴을 뵐 수가 없었어요.”
강서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계속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정말 인사할 기회가 없었을까?’
이세빈 또한 싱거운 듯 담담하게 응대했다.
“한집안끼리 꼭 인사를 따로 해야 하나.”
“저 숙모랑은 인사했는데요? 그렇다면 숙모는 한 식구가 아닌 건가요?”
그가 의미심장한 시선을 강서우에게 던지자, 강서우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식구든 아니든, 저는 상관없어요.”
“...”
이석민의 웃음이 굳어졌다.
이 결혼은 원래도 이세빈과의 협약일 뿐, 이씨 집안 전체에 잘 보이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석민 곁에 서 있던 강채윤이 참견하듯 나섰다.
“석민 씨는 그냥 인사하고 싶어서 그런 건데, 언니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친하지 않아서 말 섞기도 귀찮네.”
강서우는 아예 눈길도 안 주며 대꾸했다.
강채윤은 무언가 더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세빈이 잠시 강서우 쪽에 시선을 준 뒤 그대로 자리를 떠버려서 아무 말도 못 했다.
“친하지 않으면 말할 필요 없기도 하지.”
이세빈이 걸어가며 무심하게 중얼거렸다.
‘뭐라고? 난 강서우 여동생이야! 근데 누구한테 안 친하다고 하는 거야!’
강채윤은 자신이 낯선 사람 취급당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부들부들 떨었다.
강서우는 속으로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돌렸지만, 이세빈이 그녀가 웃는 것을 살짝 본 모양인지 입가에 작은 곡선이 비쳤다.
강서우는 이석민과 안 친하고, 이세빈은 강채윤과 안 친하고.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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