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3화
연회장 바깥에 마련된 공용 휴게 공간은 옥상 정원 같은 테라스였고 사람도 거의 없었다. 바람이 조용히 지나가는 곳에서 바텐더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술 드릴까요?”
바텐더가 컵을 이리저리 돌리며 얼음과 위스키를 섞자 불꽃처럼 작은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강서우는 유리 난간에 기댄 채 나른한 어조로 말했다.
“취하고 싶지 않으니 오렌지주스 한 잔만 주세요.”
“네.”
바텐더는 상냥한 미소를 유지했다.
선명한 주황빛 오렌지가 그의 손에서 이리저리 구르다 착즙기에 들어갔다. 바텐더들은 원래 이렇게 쇼맨십을 좋아하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때 유송아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세빈 씨 오늘 안 왔네요? 혹시 언론에 사진 찍혀서 그 사람 아내한테 들키는 게 두려워서 그런 거예요? 언니, 부잣집 내연녀 짓은 어때요? 재미있어요?”
‘참, 쇼맨십으로는 얘가 최고였지.’
밤바람이 두 사람의 앞머리를 흩날렸다. 역풍을 받은 강서우는 미소를 지으면서 짧게 대답했다.
“저는 제 삶에 만족해요.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
유송아는 입가에 남아 있던 웃음기를 잃어버렸다.
강서우는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훑었다.
처음 만났을 때, 시골에서 왔던 그 아이는 사슴 같은 눈을 하고, 밥도 제때 먹지 못했는지 볼은 홀쭉했고, 언제나 불공평한 대우에 맞서 울먹이던 모습이 있었다.
강서우는 마음이 약해져 그녀가 들고 있던 너덜너덜해진 교과서며, 험한 길을 건너면서 닳아 버린 신발들을 보고 도와주기로 했다. 학교에 다닐 수 있게 지원해 주고 따뜻한 숙소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돌봤다.
하지만 그녀는 학업에 매진하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실크 슬립 차림으로 박민재와 함께 지내며 곰팡이처럼 조금씩 주변을 잠식해 갔다.
지금 눈앞의 유송아에게서는 세상의 불공평함에 울분을 토하던 영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질투로 가득 찬 껍데기만 남았을 뿐이다.
강서우는 유리 난간에서 물러나 바텐더에게 건네받은 오렌지주스를 가져갔다.
“저는 위스키를 마시든 주스를 마시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어요. 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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