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화
“이신 그룹 신제품 발표회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위로 쏟아졌고 객석은 어둠에 잠겼다.
하지만 이세빈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강서우는 그가 평소 업무로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왼쪽 옆자리까지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 강채윤이 이석민과 함께 나란히 걸어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무대 위로 번지는 푸른 조명과 함께 강채윤의 눈에는 은근한 승리감이 깃들어 있었다.
꼭 공작새가 된 듯 목을 치켜세우고 이석민의 팔을 살짝 끼고 강서우 쪽을 노려봤다. 그녀의 옆자리는 비어 있다는 걸 일부러 과시하며 말이다.
강서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오로지 무대 설명에만 집중했다. 그녀의 무심한 반응에 강채윤은 마치 허공에 주먹을 휘두른 것처럼 속이 답답했다.
발표회는 절반쯤 진행되고, 잠시 중간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이번 신형 스마트 안경은 기존 모델보다 환경 인식 능력과 계산 능력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옆 부스에서 시착해 보실 수 있습니다.”
기술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신제품의 향상된 기능을 이야기했고, 사업가들은 각자 수익성을 따지며 투자를 고민하느라 분주했다.
잠시 회장이 분산되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일었다.
강서우는 오래 앉아 있어 다리가 저린 탓에 잠깐 바깥바람을 쐬고 오려 일어섰다. 바로 그때 강채윤의 발이 슬쩍 튀어나왔다.
‘유치하네.’
강서우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뾰족구두 끝을 그대로 그녀의 발목 위로 내리찍었다.
“악!”
비명을 지른 쪽은 강채윤이었다. 놀라 고개를 들자 강서우가 살짝 비웃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강채윤은 홧김에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날 걷어차서 비명 지르게 만들어야겠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강채윤의 등 뒤쪽 팽팽하게 버티던 드레스 지퍼가 완전히 벌어지면서, 딱 붙어 있던 인어 라인 드레스가 맥없이 흘러내렸다.
“어머, 세상에...”
“어이쿠!”
주변에서 놀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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