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1화
강서우는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걷고 있었다. 거북이처럼 굼떠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 탓을 그녀에게 돌리다니 말이다.
한숨을 내쉰 강서우가 말했다.
“나중에 이신 그룹에서 새로 출시하는 스마트 안경이라도 하나 사 봐. 주변 환경을 분석해 주고 간단한 연산도 가능한 물건이래. 그렇게 시야도 없고 생각도 없으면, 그 정도 기술은 빌려야 되지 않겠어?”
주변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웃음을 참느라 고개를 숙였다. 키가 큰 남자 한 명은 와인잔을 들고 있다가 결국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강서우는 시선만 살짝 돌려 그 남자를 봤다. 어깨가 넓고 다리가 길어 첫인상만 보면 날카로운 느낌이었지만, 검붉은 갈색의 약간 웨이브 진 머리에 입가에 묻어난 장난스러운 미소가 있어 묘하게 자유분방해 보였다.
반면, 강채윤은 낯선 남자에게까지 비웃음당하고 울분이 터져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자 남자는 웃음을 급히 거두며 사람들 틈으로 자취를 감췄다.
강서우는 그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큰 행사에서 저렇게 행동하는 걸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니겠어.’
강서우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뒤쪽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유송아는 강채윤이 순식간에 밀린 걸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쯧, 저것도 별수 없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겠어.”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녀는 강서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막상 근처에 가기 전에 박민재가 그녀를 쫓아와 붙잡았다.
“송아야, 자꾸 돌아다니지 마. 괜히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 건드렸다가 곤란해질 수도 있어. 우리 자리는 뒤쪽이잖아.”
박민재를 본 순간 유송아는 독기를 거두고 입술을 살짝 비틀며 애교 섞인 말투를 썼다.
“오빠, 서우 언니는 앞쪽으로 계속 가는데 왜 저희는 뒤쪽에 있어야 해요?”
박민재는 미간을 찌푸리고 강서우 쪽을 힐끔 바라봤다.
“서우야, 너도 우리랑 같이 뒤에 앉자.”
그는 고개를 돌려 강서우에게 말을 건넸다.
“네가 어떤 처지인지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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