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화
음악 소리와 사람들의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박민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그는 급했는지 유송아가 붙잡고 있던 소매를 구겨진 채로 두었고 앞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그의 눈에는 온통 걱정만 가득했다.
강서우는 그 모습을 보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이라면, 박민재가 그녀에게 매달려 부탁하던 이유는 대부분 유송아가 몸이 약하니 양보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유송아를 두고 나와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그녀가 유송아보다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강서우는 전혀 상관없었다. 무턱대고 자신을 불륜녀로 확신하는 전 남자친구에게 더할 말은 없었다.
그녀는 우습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여기가 원래 내 자리야.”
그녀는 금박 글씨로 새겨진 초대장을 꺼내 보였다.
이 초대장은 주최 측이 귀빈들에게만 별도로 준비해 주는 것으로 VIP석에 앉을 수 있는 증표였다.
박민재는 잠시 놀란 기색을 보였다.
‘이세빈이 내연녀를 이렇게까지 챙겨 준다고?’
강서우는 초대장을 손가락 사이에서 한 바퀴 굴린 뒤 무릎 위에 내려놓고 미소 지었다.
“나는 내 위치를 잘 알아. 너도 이제는 네 위치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옛정은 이미 타버린 지 오래였다. 굳이 다시 되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냉담함이 깔려 있었다. 박민재를 아주 멀리 던져 버리려는 듯이 말이다. 그때 유송아가 기회를 틈타 다가왔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가녀린 순진함이 묻어 있었다.
“언니, 민재 오빠는 그냥 언니가 이씨 집안 사모님한테 찍힐까 봐 걱정해서 그런 거예요. 너무 탓하지 말아 주세요.”
남들에게 언제나 청초하고 연약한 이미지를 보이는 그녀는 연둣빛 오프숄더 드레스로 한층 여리게 보였다.
그녀는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고 몸을 살짝 숙이며 다가왔다.
“예전에 민재 오빠가 제 천식 발작 때문에 언니를 오해한 적이 있잖아요. 제가 오늘 사과할게요... 아!”
잔이 흔들리며 반쯤 남았던 샴페인이 정확히 강서우의 은백색 드레스 위로 쏟아져 내렸다. 방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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