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2화

병원. 강준하는 통화가 끊기는 소리를 듣고 씩씩거리며 옆에 있는 임유연을 매섭게 노려봤다. “왜 말투가 그렇게 거칠어? 좀 참을 수는 없었어?” “처음에는 회장님한테 서우를 혼내 달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준하 씨도 들었잖아요...” “서우는 그 집안에서 멀쩡히 지내고 있어. 이 회장 인정까지 받았다고. 그런 애한테 소리 질러서 뭐 해? 네가 새벽같이 전화했다는 걸 이 회장이 알기라도 하면 우리 집안이 망할 수도 있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임유연은 순간 서러워져서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저는 그냥 준하 씨 계획대로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저를 탓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서우한테만 잘해주고 저한테 화내는 걸 보면... 나중에 서우만 남기고 저랑 채윤이는 쫓아내려는 거예요?” 그녀가 울 것 같은 기색을 보이자, 강준하는 그제야 조금씩 화를 가라앉혔다. 사실 강서우가 갑자기 잘 나가는 바람에 임유연을 대하는 태도가 차가워진 것도 맞았다. 하지만 임유연 모녀는 그와 같은 배를 탔고, 불효녀 강서우는 도구에 불과했다. 이용은 하되 임유연도 함부로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강준하는 얼른 좋은 남편과 같은 모습으로 임유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당연히 아니지. 너도 알잖아, 내가 강서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전에는 민재랑 둘 다 밖에서 죽어버렸으면 싶었어. 근데 지금은 너랑 채윤이 미래가 달렸으니까 내가 서우한테 굽히고 있는 거야. 전부 다 너희를 위해 하는 건데 왜 날 오해해?” 그가 달래자 임유연은 비로소 약간 안도한 듯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말로만 항상... 날도 밝았으니 제가 아침 거리 좀 사 올게요.” “그래, 다녀와.” 강준하는 달콤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임유연은 수줍은 척 웃고 병실 밖으로 나왔지만 문이 닫히자마자 표정이 냉랭해졌다. 강준하가 허황한 약속을 늘어놓은 게 벌써 몇 년 채인데, 이제 더 이상 속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강채윤이 강씨라 버틸 가치는 있었다. 그냥 앉아서 기다릴 바에야 강채윤이 먼저 움직이게 하는 편이 낫다. 임유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