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1화
이세빈은 강서우에게 등을 보인 채 섬세한 손가락으로 넥타이를 풀고 있었다.
“난 아무것도 안 할 거니까 안심해. 얼른 쉬어.”
그녀에게는 애초에 선택할 여지도 없었다.
강서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사이, 그는 깔끔한 잠옷 차림으로 나왔는데 무심코 드러난 매끄러운 근육이 보였다.
강서우는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눈을 꼭 감으며 약간 급한 톤으로 말했다.
“저 먼저 잘게요.”
이세빈은 침대 위로 부풀어 오른 이불 더미를 바라보다가 낮은 음성으로 답했다.
“잘 자.”
그는 천천히 다가와 강서우의 스탠드 조명을 꺼주고 어둠 속을 거닐어 작은 소파를 차지했다.
넓은 방 안은 한층 더 고요해졌고, 오직 두 사람의 옅은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이른 아침.
낯선 방에서 잔 강서우는 편히 잠들지 못해 일찍 눈을 떴다.
아직 시간이 꽤 이른 터라 조용히 일어났다. 소파에 웅크린 채 곤히 잠든 이세빈을 힐끗 본 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방에서 빠져나왔다.
집안 도우미들은 막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그녀를 보고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강서우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을 마시려 했다.
그때 도우미 한 명이 전화를 받고 들어오며 말했다.
“강씨 집안에서 온 전화인데 사모님한테 걸려 온 게 아닐까요?”
“이 시간에요?”
강서우는 시계를 보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새벽 다섯 시라면 보통 전화를 걸 때가 아니지 않은가.
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았다. 임유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회장님! 강서우 좀 말려주세요! 서우 아버지가 화나서 병원에 실려 갔고, 아침에는 피까지 토했어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
“아줌마, 피까지 토했으면 의사를 불러야지 왜 아침부터 전화예요?”
강서우는 휴대폰을 스피커 모드로 바꿔놓고 도우미들을 물리며 물잔에 물을 따르면서 차분히 대꾸했다.
“이렇게 전화 돌릴 여유가 있는 거 보면 아버지 상태가 그렇게 심각하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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