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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장

”계약서상의 일은 내 비서와 당신이 알아서 하세요. 다른 일이 없으시면 이만.” 소만리는 말을 마치고 나서 옅은 웃음을 띠며 기모진의 팔짱을 꼈다. “여보. 우린 올라가요.” “그래요.” 기모진은 소만리가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도록 발을 맞췄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강연은 소만리와 기모진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수군 말하며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가늘고 긴 담배를 꺼내 한 입 피웠다. 능숙하게 입으로 하얀 연기를 뱉어내며 중얼거렸다. “소만리. 두고 봐.”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한 번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지금 엘리베이터 안의 분위기는 유난히 조용했다. 기모진은 소만리의 평온해 보이지만 차가운 옆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소만리, 어젯밤에...” “어젯밤 당신 이제 보니 누구랑 사업 얘기하러 간 게 아니었어요. 당신 강연을 만나러 갔어. 당신들 밤새도록 같이 있었어요?” 소만리가 돌리지 않고 물었고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 여자가 당신 좋아해요?” 기모진은 강연이 당치도 않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여겼지만 부인할 수 없었다. “소만리. 난 당신 이외의 어떤 여자도 사랑하지 않을 거야.” 소만리는 애틋하게 자신을 향해 있는 기모진의 눈을 바라보다가 남자의 품에 안겼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가볍게 키스했다. “당신 말고는 그 누구도 안 돼.” 소만리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고 기모진을 믿었지만 강연은 믿을 수가 없었다. 기모진이 회의에 간 후 소만리는 오늘 아침 특종뉴스를 캡처해서 강자풍에게 보냈다. 제발 강자풍이 그의 누나를 제대로 말려 주길 바랬다. 이를 본 강자풍은 곧바로 강연에게 물었고 강연은 단번에 시인했다. “맞아. 난 그냥 기모진이 좋아. 어쩜 그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놔 둘 수 있겠어?” “강연, 그 사람 아내가 있어!”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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