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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장

남들 앞에서 그렇게 화를 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오늘 천미랍을 위해 평소의 고상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버렸다. "기모진! 전예의 말 들었지? 만영이는 피해자야! 무고하다고!" 사화정은 소만영이 그렇게 비열한 인간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어서 그 여자를 내려 놓지 못해? 만영이는 어디다 두고?" 그러나 기모진은 천미랍을 내려 놓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껴안은 채 자신의 품에 안긴 그녀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전 평생 이 사람의 손을 놓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의 딸과 이미 파혼했으니 다시 번복하게 하지 마십시오." 말을 마친 기모진은 천미랍을 안고서 뒤를 돌아 유유히 집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장면을 보고 사화정은 아무 말없이 분노에 차서 이를 갈았다. 소만영에게도 이 상황이 얼마나 거슬리고 가증스럽고 창피했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기모진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와의 혼사를 철저히 부정하고 천미랍에 대한 결심을 언급하다니.. 이걸 어떻게 참을 수 있어? 기모진은 천미랍을 안고 바로 그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가 비록 이곳에 와서 지내는 일은 매우 드물었지만, 방은 늘 청소가 되어있었다. 소만리는 방에서 익숙한 향기를 맡았다. 그녀가 직접 배합한 것으로 숙면의 효과가 있는 향이었다. 기모진의 아버지는 예전에 사람을 시켜 이 디퓨저 두 상자를 사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기모진에게 주었는데, 그의 숙면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소만리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침실로 돌아와 기모진이 창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깔끔하고 매끈하게 드라이 된 셔츠를 입었고, 따뜻한 가을 햇살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의 평온한 모습은 그녀로 하여 대학교에서 처음 만난 날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그는 그 때의 기모진이 아니었다. "조금 전의 일.. 저에게 책임을 물으실 건가요?" 소만리는 그의 등 뒤에 서서 어렵게 입을 뗐다. 기모진이 고개를 돌리자 요염한 눈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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