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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화

꽤나 떨어져 있는 데도 여름은 하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에서 잔인한 기운이 뻗쳐 나오는 게 느껴졌다. 병원에서 오는 길이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백지안이 하준을 도발하는 소리를 했겠구나 싶었다. “회장님, 강 대표님께서 육민관을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전성이 말했다. 하준의 얇은 입술의 한쪽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 “육민관을 보고 싶다? 그러던지.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나올 생각은 마.” 여름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제 진정이 좀 됐을까 싶어서 차분하게 당신이랑 얘기 좀 하려고 왔어. 정말 우리 사이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내가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하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이 총으로 날 겨눌 때 내 기분이 어땠는 줄 알아? 지안이에게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정말 지안이를 그렇게까지 바닥까지 끌어내려야 했어?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독한 마음을 품을 수가 있나?” 여름은 깊이 한숨을 쉬었다. 시간이 지나 진정된 마음으로 찾아왔던 여름은 하준과 말을 할수록 화가 올라왔다. 헛웃음이 나왔다. “민관이를 만나서 그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보고 싶어. 사람을 죽인 살인범도 조사를 받고 법정에서 변호 받을 권리가 있어. 당신이 뭔데 민관이가 내 지시를 받아서 사람을 납치했다고 단정을 지어? 영 나를 못 믿겠다면 이따가 같이 들어가던지.” 하준이 싸늘하게 비웃었다. “좋아. 만나게 해 주지. 하지만 당신도 나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하준은 말은 마치더니 무표정하게 전성에게 명령했다. “보호실로 데리고 가.” “회장님.” 차윤이 걱정스러운 듯 일어섰다. “시끄러워. 강여름을 경찰에 넘기지 않는 것만 해도 많이 봐준 거야.” 하준은 싸늘하게 여름을 노려봤다. “안에서 반성하고 인간이 되어서 나오도록 해. 자기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잘 생각하고 그 악독한 마음을 잘 수습해서 나중에 지안이를 증오하고 해치려는 마음이 안 들겠구나 싶으면 내보내 줄지 고려해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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