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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화

“……” 그런 말을 들으니 여름은 속이 상했다. 여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반찬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여름은 아주 가늘게 감자를 채치고 있었다. 하준은 마른 세수를 했다. “싫으면 말아. 소송하면 되니까. 별거를 그렇게 오래 했으니 이혼 청구 가능해.” “그러면 그렇게 해. 우리 법정에서 봐. 어느 기자가 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면 볼만 하겠다, 그렇지? 난 이제 당신의 백지안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아도 되겠네.” 여름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하준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혼해 주겠다는 거야?” “… 생각 안 해봤는데.” 여름은 하준을 밀치더니 감자채를 볶기 시작했다. 마늘 기름이 달궈지자 씻어서 물기를 뺀 감자채를 넣고 볶기 시작했다. 곧 고소한 향이 올라오자 파를 살짝 뿌렸다. 선명한 색상이 더욱 식욕을 돋웠다. 갑자기 하준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여름이 휙 돌아보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하준의 배를 흘끗 봤다. 하준은 살짝 난처해져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 잡으러 다니느라고 점심도 못 먹었다고.” “아, 그러셔?” 여름은 감자채를 담아내더니 후라이팬을 씻어서 바로 새우를 볶았다. 하준의 미각이 다시 심하게 자극되었다. “배고프니까 더 볶아.” “당신이 배고픈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여름은 어이가 없었다. “… 법적인 남편이니까 당신이랑 상관있지.” 이렇게 식욕이 돋는 건 너무 오랜만이었다. 할 수 없이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배고픈 남편을 먹이는 것은 당신의 책임이지.” “무슨 법 몇 조에 그런 조항이 있나요, 변호사님?” 여름이 참지 못하고 돌아섰다. 부드러운 작은 손으로 하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나른하게 반짝이는 눈빛이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하준의 동공이 확장됐다. 심장이 눈치 없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변호사 님’이라고 불렀지만 여름처럼 이렇게 고혹적이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느낌을 준 사람은 없었다. 기억 속에 누군가가 자신을 그렇게 불렀던 적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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