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7화
‘뭐야?
몇 년을 굶었나. 왜 밥을 국그릇에 퍼와?’
여름은 마침내 여울이의 그 대식가 기질이 어디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있는 밥을 다 담아 온 거야?”
뭔가를 깨닫고 여름은 깜짝 놀랐다. 여름이 한 밥과 반찬을 먹는 일이 하준에게 어디 쉬운 일이었겠는가?
“반찬 너무 적다고.”
하준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며 앉아서 새우를 집어 먹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평소에는 입맛이 전혀 없고 그렇게 까다로워서 아무리 유명한 쉐프가 한 음식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여름이 하는 집밥은 이상하게도 맛이 있었다.
감자채도 고소하니 입맛을 돋웠다.
게다가 쌀밥에 얹은 김치는 그야말로 밥도둑이었다. 쌀은 찰기까지도 완벽했다.
‘대체 무슨 밥솥이길래 이렇게 밥이 잘 되는지 모르겠네.’
잠시 후 하준은 국그릇을 완전히 비웠다.
배불리 먹은 것은 아니지만 이미 찬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여름은 화가 났다.
“내건 남겨야 할 거 아냐? 나도 아직 다 안 먹었는데.”
“그래서 내가 더 하라고 했잖아?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하준은 마지막 감자채를 입에 넣고는 우아하게 티슈로 입을 닦았다.
“나 아직 배가 덜 찼는데.”
“……”
여름의 태양혈이 불뚝불뚝거렸다.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하준은 낮게 신음하더니 여름을 쳐다봤다.
“오늘 차려준 점심을 생각해서 내일 화신은 돌려줄게. 그거 하나는 확실히 하자고. 난 당신 협박에 넘어간 거 아니야.”
“하!”
여름이 웃었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라!’
여름의 비웃음이 하준의 신경을 긁었다.
“그리고 경고하는데, 회사에서는 지안이에게 정중하게 대해줘. 한 번만 더 지안이 괴롭히다가 걸리면 좋게 안 넘어 갈 줄 알아.”
하준은 말을 마치더니 일어섰다.
현관까지 간 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손 떼고 나면 화신은 곧 곤두박질 칠 거야. 나에게 와서 빌 날을 기다리겠어.”
“그럴 일은 없을 걸.”
여름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걸려있었다.
하준의 눈에 잠시 비웃음이 스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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