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7화
“나 보고 싶었어?”
하준이 가느다란 여름의 허리를 안았다. 눈빛이 사뭇 부드러웠다.
“요즘 일이 많아서 퇴근 시간이라는 게 없네.”
“매일 보니까 딱히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아얏!”
여름이 말하다가 허리를 꼬집혔다.
여름이 하준을 노려보았다.
“뭐야!”
“내가 안 보고 싶다고 말하다니.”
하준은 일부러 화난 듯한 말투로 말했다.
“밤이면 볼 텐데 보고 싶기는, 뭘.”
여름이 입을 비죽거렸다. 지금 여름은 거의 하준의 본가로 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워낙 넓어서 여름과 아이들은 한 동을 쓰고 있어서 이혼도 안 한 상대로 종일 어르신들을 상대하는 민망함이 없었다.
“하지만 난 매일 당신을 볼 수 있어도 당신이 보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면서 하준이 여름의 턱을 들어 키스했다.
여름은 얼른 몸을 뺐다.
“아니, 나 할 얘기 있어서 왔단 말이야.”
“응?”
“오늘 병원에 연수 병문안을 갔었거든. 사고를 당했어.”
하준은 잠깐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다. 한참을 생각한 끝에 원연수가 누군지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언제 그렇게 사이가 좋아졌어?”
“지난번에 밥 먹고 나서는 그렇게 자주 연락을 하지는 못했는데 오늘 윤서가 끌고 가서 한참 얘기했지. 난 연수가 꽤 마음에 들거든.”
여름이 솔직하게 말했다.
“나 서울 와서 얼마 안 됐을 때 친구도 없었을 때 소영이가 있어 주었잖아….”
여름의 입에서 백소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하준의 몸이 순간적으로 긴장했다.
여름은 하준을 흘깃 보았지만 딱히 그에 대해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연수는 정말 괜찮은 애야. 연예계에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어. 난… 걔가 아주 오래된 친구 같은 느낌이야.”
“친구는 많으면 좋지.”
하준이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여름이 잠시 망설였다.
“주혁 씨가 좀 이상해. 보니까 주혁 씨가 연수 담당 의사더라고. 원래 암 병동 담당이었잖아? 연수는 자창인데 아무리 심각하대도 주혁 씨가 담당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아?”
하준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주혁이가 연수 씨에게 마음이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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