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6화
“무슨 생각해?”
이주혁이 원연수를 보더니 동공에 웃음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생각은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빨리해주세요.”
원연수가 쌩그라니 얼굴을 돌렸다.
“이런 일은 빨리하는 게 아니야.”
이주혁이 말했다.
“……”
옆에 있던 이나정도 얼굴이 온통 새빨갰다. 아무리 순수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 보니 순수해질 수가 없었다.
결국 원연수가 폭발했다.
“병원에 간호사 없나요? 링거 꽂는 일을 왜 닥터가 직접 하죠?”
“내가 간호사들보다 훨씬 덜 아프게 해줄 수 있거든.”
이주혁의 입술이 섹시한 미소를 만들어 냈다. 숨 막힐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그러나 원연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상관없어요. 아픈 건 무섭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러면 내가 마음이 아프거든.”
이주혁이 싱글싱글 웃었다.
원연수는 속으로 싸늘하게 웃었다. 익숙했다. 이주혁은 원하는 상대가 생기면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하고 질려버린 뒤에는 누구보다도 빨리 얼굴을 바꾸는 사람이었다.
예전의 백소영도 그랬다. 그때는 아직 학생이었다. 이주혁의 미모와 따스함에 아무리 자기 마음을 단단히 걸어 잠근 소영이었지만 주혁에게 마음이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뒤에 이주혁이 얼마나 쌀쌀맞게 얼굴을 바꾸었던지 소영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똑같은 말을 대체 얼마나 많이 하셨을까? 소영이도 들어봤겠죠?”
원연수가 문득 물었다.
이주혁의 웃음기가 그대로 굳어버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원연수가 말을 이었다.
“경찰에서 소영이는 무죄라고 발표했대요. 소영이는 모함을 당한 거예요. 그때 법정에서 다투던 사람은 대표님이 변호사 중에서 가자 실력 좋은 사람이었겠죠. 직접 무고한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은 기분이 어때요?”
이주혁의 얼굴의 선이 하나하나 굳어졌다. 한참 만에야 저음이 흘러나왔다.
“내가 소영이에게 빚을 졌어.”
“빚이라고요?”
원연수가 비웃었다.
“안타깝네요. 소영이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본인도 저세상으로 가고. 이제는 대표님의 ‘빚을 졌다’는 한 마디 말고는 아무것도 돌이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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