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심은우인가?’
아닐 것이다. 설령 그가 그녀가 도망친 걸 알고 이 방향으로 왔다고 해도, 어떻게 그녀가 중간에 이 눈에 띄지 않는 산비탈에 숨어 있다는 걸 알 수 있겠는가?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조금 전 차 창문 밖에서 말을 걸었던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그 남자인가?’
그가 계속 근처에 숨어 있다가, 그녀가 트렁크에서 빠져나와 이 길로 가는 걸 보고 쫓아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윤지현은 더는 진정할 수 없었다.
그녀는 몸을 낮춘 채 더 깊은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주변이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휴대폰 손전등 기능을 켤 용기조차 없었다. 그저 무작정 덤불 속으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윤지현의 머릿속에 온갖 무시무시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대로라면 어두운 산속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뒤 살해되거나, 아니면 납치되어 장기 매매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냥 차 안에 있을 걸 그랬다. 아니다. 어차피 차 안에 있었어도, 심은우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그 남자가 차 유리창을 깨고 덮쳤을 것이다.
그녀는 더 빨리 걸었고 다리의 통증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불빛이 비추고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지만 이미 극도의 공포에 휩싸인 그녀는 귓가가 윙윙 울리고 심장 박동 소리가 모든 걸 압도해 버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살려주세요!”
그 기척이 바로 뒤까지 따라붙었고 금방이라도 그녀를 붙잡을 것 같았다. 윤지현은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려 올라가던 그 순간, 갑자기 허리가 꽉 붙잡히며 발이 땅에서 붕 떴다. 긴 팔 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휘감으며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꺅! 살려주세요! 사람 살려! 살인자예요!”
윤지현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허공에 휘두르며 뒤의 남자를 몇 차례 걷어찼다.
“아무도 널 죽이지 않아.”
익숙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목소리라는 건 외모나 분위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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