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화
“저는 안 가요.”
“가고 안 가고는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나는 내건 데 왜 결정 못 해요?”
“유리야, 잊지 마. 너 조만간 나랑 혼인 신고 할 거고 결국 나랑 같이 살게 될 거야. 그러니 지금 가나 나중에 가나 무슨 차이가 있어?”
“차이 있어요. 어쨌든 지금은 가기 싫어요.”
고인성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유리야, 너는 거절할 수 없어.”
그는 심지어 송유리에게서 거절할 권리조차 빼앗았다.
명서원은 감히 고인성이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는 그린 타운을 향해 차를 몰면서 불안한 눈빛으로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을 엿보았다.
그는 고인성 같은 사람이 여자를 강제로 데려가는 일을 벌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그는 송유리의 안위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고인성이 아무리 미쳐 날뛰어도 송유리는 절대 안 건드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린 타운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명서원은 차를 세우고 후다닥 사라졌다. 두 사람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명서원의 사라지는 속도는 마치 로켓 발사를 방불케 했다.
고인성이 먼저 차에서 내려 뒤를 돌아보니 송유리는 굳은 석상처럼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내려올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안 갈 거야?”
“안 간다고 했잖아요.”
“스스로 내려, 아니면 안아서 내려줘?”
고인성은 거부할 선택권조차 주지 않았다.
송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고인성이 정말 자신을 안아서 내리게 한다면 너무 부끄러워서 땅에 구멍이라도 파고 들어가고 싶을 것 같았다.
송유리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내릴게요.”
송유리는 고인성의 손을 피하며 스스로 내리려 했지만 고인성은 그녀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
“잡아주지 않아도 돼요...”
“한 번 더 말해 봐.”
송유리는 겁을 먹고 아무 말도 못하고 순순히 그의 손에 이끌렸다.
두 사람은 주차장에서 지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넓은 엘리베이터 홀의 타일은 조명 아래 마치 빛을 발하는 듯했다. 고인성은 얼굴 인식으로 문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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