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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하지만 송유리는 고인성을 보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날 만나 주시는군요!” 고인성은 차가운 눈빛으로 송유리를 바라보았다. 낯설고 차가운 시선이었다. “서지훈 때문에 나랑의 약속을 어긴 거야?” “그날 일 말하는 거예요?” 송유리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그날 갑자기 사고가 났어요. 누구도 원한 일은 아니었죠.” “하지만 넌 서지훈을 선택했잖아.” “그를 모른 척할 순 없었어요...” 고인성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날 바람 맞힌 거야?” 송유리의 마음을 꿰뚫는 한마디였다. 송유리는 그 일에 대해 고인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변명할 여지도 없었기에 그녀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하지만 만약 그날로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녀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혼인 신고를 하러 갈 수는 없었다. 그런 행동은 그녀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들 사이의 관계는 계약에 불과했다. 그저 연극일 뿐인데 하루 먼저 혼인 신고를 하든, 하루 늦게 하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녀는 고인성이 왜 그렇게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낼 생각이야?” “그럼 어떻게 사과하길 바라는데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으...” 송유리는 너무 놀라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고인성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감싸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고인성은 그녀의 이를 비집고 들어가 거칠게 키스했다.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강렬했다. 잠시 숨 돌릴 틈이 생기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정도는 돼야 진심처럼 보이지 않겠어?” “하지만...” 가까스로 풀려난 송유리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떨리는 눈길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한층 더 애처로워 보였다. “우린... 그런 관계 아니잖아요...” “나랑 혼인 신고 하기로 약속했잖아.”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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